[내고장 이색모임] 광주 '실로암 수화 합창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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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한마음으로 호흡을 맞추어야 해요.”

수화(手話)노래 공연 연습을 하느라 요즘 밤늦도록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실로암 수화 찬양단.

문세정(24 ·여 ·수화 강사)단장은 “마음이 나타날 수 있도록 손짓뿐 아니라 표정 훈련도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찬양단은 장애인의 날(20일)이 있는 이달 들어 각종 단체와 교회 등의 초청이 잇따라 2∼3일에 한번 꼴로 자원봉사 공연을 펼치고 있다.

공연에는 보통 10여명이 나서 20분 가량 합창한다.복음성가 ‘기대’‘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아주 먼 옛날’ 등을 주로 부른다.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유승준의 ‘비전’과 god의 ‘촛불하나’,HOT의 ‘포영가' 도 곧잘 한다.

회원 손소영(24 ·여 ·지체장애1급)씨는 “몸은 비록 고되지만 함께하는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고 했다.

관람객들은 늘 ‘너무 예쁘다’ ‘배워보고 싶다’며 갈채를 보낸다.

회원은 모두 27명.회사원 ·대학(원)생 ·유치원교사 등이 많고 나이는 20대가 주류.장애인 5명도 열성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모임이 만들어진 것은 1996년께.광주신학대 자원봉사자들이 광주시 남구 주월1동에 있는 장애인 선교단체인 실로암선교회 사무실을 찾아 수화를 가르치면서부터다. 수화를 익힌 이들이 자연스럽게 수화노래 발표회를 가진 게 계기가 됐다.

회원 모두가 이 선교회에서 운영하는 수화학교 출신들이다.

초 ·중급 과정(4개월)을 마친 사람들 중에서 뽑는다.올해는 10여명이 지원했으나 내실을 기하기 위해 3명만 선발했다.

장애인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자 수화를 배우러 왔다가 한발 더 나아가 수화노래까지 하게 된 사람들이다.

신입회원 교육은 3개월 정도 진행되며,농아를 비롯한 장애인에 대한 이해부터 시작한다.정기 모임은 매주 토요일 오후 3시에 갖는다.

올초 새로 들어온 한인숙(26 ·여 ·유치원 교사)씨는 “더불어 조화롭게 살아가는 기쁨을 전하는 보람이 남다르다”며 활짝 웃었다.

모임에 거의 빠지지 않는 회원은 김지애(25 ·여 ·실로암선교회 간사) ·정주영(24 ·약사) ·주우성(25 ·조선대4년) ·전영진(32 ·지체장애4급) ·정서영(25 ·임상병리사) ·류안순(26 ·여·동강대1년) ·박순자(40 ·여 ·전도사) ·김삼남(22 ·청각장애3급) ·김형국(24 ·뇌성마비3급) ·손지영(26 ·유치원교사) ·김도현(26 ·동신대학원)씨 등이다.

062-672-7782.

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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