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러시아 '원교근공' 세불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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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중국과 러시아 두 나라간 관계 강화뿐 아니라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인접국과의 관계개선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멀리 있는 미국에 맞서 가까이 있는 나라들과 뭉치는 이른바 근교원공(近交遠攻)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 중국〓지난해 12월 장쩌민(江澤民)국가주석은 베트남의 트란 둑 루옹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양국간 현안이었던 통킹만 일대의 해양국경선 문제를 마무리지었다.

이로써 1979년 전쟁까지 치렀던 두 나라는 평화적 선린 관계의 기반을 다졌다. 62년에 국경 충돌을 벌여 껄끄러웠던 인도와의 관계정상화에는 리펑(李鵬)전인대 상무위원장이 나섰다.

그는 올 1월 나라야난 인도 대통령과 만나 인도 북부 카슈미르주와 동부 프라데시주의 국경 분쟁을 조속히 풀기로 합의했다.

베트남.인도와의 관계 개선은 두 나라를 중국 견제용으로 활용하려는 미국의 의도를 사전에 봉쇄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江주석은 지난해 11월 캄보디아.라오스.인도네시아 등도 방문, 동남아와의 거리를 좁혔고 지난 4일부터 17일까지는 미국의 '앞마당' 격인 쿠바.베네수엘라 등 중남미 6국을 들렀다.

◇ 러시아〓주변국과의 전략적 관계 강화 작업은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쿠바를 방문해 원자력 발전소 건설재개 문제 등 양국간 우호협력을 다짐했고, 지난 3월 12일엔 모하마드 하타미 이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이 회담에서 양국은 T-72 탱크 등 최신무기의 판매 및 방산협력협정을 체결했다. 이 협정은 이란에 대한 재래무기 판매를 금지한 95년의 미.러 협정을 폐기하는 것으로 미국의 강력한 반발을 샀다. 하지만 러시아는 이를 무시했다.

러시아는 아시아 지역에서의 교두보 확보를 위해 베트남과의 관계 개선에도 나섰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3월 러시아 국가원수로는 처음으로 베트남을 방문, 국방.군사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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