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일기] 속터지는 '마늘분쟁 처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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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중국과의 마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지난해 수입되지 않은 1만t의 마늘을 구입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일본의 경기 침체로 수출이 부진한 판에 세번째로 수출을 많이 하는 중국과 마찰을 빚으면 좋을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한국이 올린 무역흑자(1백18억달러) 가운데 중국이 56억6천만달러(홍콩 제외)이므로 중국이 중요한 교역 상대임에 틀림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정부의 대처 방안은 문제가 많다.

정부는 마늘 문제와 관련, 중국의 막무가내식 요구에 계속 끌려다니고 있다. 문제는 지난해 수입하기로 한 3만2천t 가운데 정부 구매분(1만2천t)을 제외한 민간 구매분이 제대로 수입되지 않은 데서 비롯됐는데 이는 가격을 올린 중국측 책임이 크다.

더구나 국내 소비도 감소해 마늘 값이 떨어지는데도 정부는 중국측 요구를 받아들일 태세다. 지난해 미수입분을 사준다면 올해 수입해야 할 3만4천t도 무조건 사줘야 할 상황으로 전개될 것이다.

농림부 관계자는 "지난해 정부가 수입한 물량을 고스란히 창고에 보관 중" 이라며 "새로 들여오는 물량은 폐기 처분할 수밖에 없을 것" 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마늘 분쟁이 시작된 지난해 6월 중국이 한국산 휴대폰과 폴리에틸렌(PE) 수입중단이라는 불법 조치를 취했을 때도 당당히 맞서기보다 마늘 수입을 약속하며 중국을 달랬다. 이에 대해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중국이 아직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지 않아 불법 조치를 취해도 제재할 방법이 없어 국익 차원에서 중국측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 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WTO에 가입할 때까지는 중국과의 통상 협상에서 일방적으로 당하는 일만 남았다는 얘기로 들린다. 원칙을 벗어난 이같은 협상 자세는 당장은 국익에 도움이 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손해를 자초할 것으로 우려된다.

더구나 마늘 수입 비용을 지난해 중국이 수입금지 대상으로 정한 휴대폰.PE 업계에 분담토록 하려는 방안은 더욱 이해가 안간다. 통상마찰로 피해가 생기면 관련 업계가 알아서 해결하라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차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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