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경찰청 교통위반 '덫' 없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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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구미시 광평동 백영정밀앞 도로.

U턴 지점에서 차들이 밀리자 너나없이 앞다퉈 황색 중앙선을 넘어 U턴을 한다.주위를 쓱 둘러보고 경찰관이 없으면 줄줄이 차량을 돌린다.U턴 지점까지 가 회전을 하는 사람이 이상할 정도로 위반이 잦은 곳이다.

하지만 지난달 10일부턴 상황이 달라졌다.교통법규 위반 신고보상금제가 도입되면서 이곳에 숨어 사진을 찍는 ‘고발꾼’이 등장해서다.

한달여동안 불법 U턴을 하다 적발꾼에 걸려 고발된 사람은 6백31명.시민들은 3천7백여만원의 범칙금을 물게 된 반면 고발꾼들은 이곳에서만 1백80여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교통법규 위반자에게는 ‘덫’인 셈이다.

경주시 황오동 화신약국 앞이나 포항시 남구 해도동 협력회관 앞 도로의 U턴 지점도 똑같은 경우다.

옆길에서 나온 차량이 도심으로 들어가기 위해 불법 회전을 자주 하는 경주시 사정동의 황남고철 앞 도로도 고발꾼들에겐 ‘물 좋은’ 곳이다.

경북지방경찰청이 지난달 10일부터 최근까지 고발꾼들의 신고를 분석한 결과 포항·경주 등지 네 곳에서 걸린 사람은 모두 1천4백48명으로 경북지역 전체 3천57명의 47.4%나 됐다.

이쯤 되자 경북경찰청이 실태 파악에 나섰다.특정 지역에서 위반자가 줄을 잇는 것은 교통시설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조사 결과 네곳 중 세곳이 U턴 지점이 짧아 좌회전 차량이 대기할 경우 U턴 차량이 제때 회전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을 발견했다.

이에 따라 경북경찰청은 최근 백영정밀과 협력회관 앞 도로의 U턴 구간을 크게 연장했다.

박형경(朴炯坰)경비교통과장은 “특정 지역에서 위반이 줄을 잇는 것은 교통시설에도 문제가 있다는 얘기”라며 “두곳의 U턴 지점을 연장한 뒤 위반자가 사라졌다”고 밝혔다.

경주지역 두곳도 U턴 지점의 길이를 두배로 늘이거나,중앙선에 차로규제봉을 세워 아예 불법 U턴을 차단할 방침이다.

경북경찰청은 앞으로 교통시설의 미비로 교통 위반자를 양성하는 문제구간을 계속 파악해 지속적으로 교통시설을 고쳐 나가기로 했다.

朴과장은 “교통법규는 반드시 지켜야 하지만 위반을 부추기는 요인이 있다면 고쳐야 한다”며 “불합리한 시설이 있으면 알려 달라”고 당부했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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