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리뷰] '치즈 내것 만들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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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치즈' 라는 제목만 보고도 연상되는 것이 없는 독자들은 이책을 읽기 전에 미리 지난주 '행복한 책읽기' 에서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진명출판사)를 집중리뷰한 기사라도 먼저 일독할 필요가 있다.

신간은 변화의 당위성을 강력하게 설득시킨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를 신랄하게 패러디한 책이기 때문이다.

패러디란 풍자적인 모방 혹은 비꼬기를 통해 풍자의 대상이 지닌 본질과 허위를 드러낸다. '치즈' 는 물론 성공과 행복을 상징한다. 등장인물도 두마리의 생쥐와 두 꼬마인간이다. 신간은 책의 판형과 내용과 형식 모두 모방을 통한 풍자 일색이다.

저자 이름과 약력과 서문, 그리고 추천인의 이름과 추천사까지도 온통 장난으로 쓰여졌다. 저자 이름인 스틸턴 잘스버그(Stilton Jarlsberg)는 아다시피 유명한 치즈 이름이다.

재미와 농담 속에 어떤 뼈가 숨겨 있을까.

저자는 이 책을 '생쥐같은 기분에 시달리고 있는 모든 근로자들' 에게 헌정한다고 밝혔다. 변화를 하면 반드시 해피엔드로 귀결된다는 '근거없는' 믿음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변화를 추구하며 미로를 헤매던 한 꼬마인간이 마침내 치즈더미를 발견한 장면에서 이 책의 의도가 드러난다. 자신의 성공전략만이 정도라고 알고 있었는데, 거의 동시에 치즈를 찾은 수많은 생쥐들이 그 생쥐의 수만큼 많은 갖은 편법으로 목적지에 도달한 것이다.

어떤 생쥐는 다른 생쥐의 엉덩이에 코를 들이밀고 쫓아 왔으며, 어떤 생쥐는 치즈의 신에게 아양을 떨고 왔다. 모든 치즈를 능가하는 '돈' 의 위력이 등장하는 마지막 장면에서 현실과 이상에 대한 한바탕 조롱이었음을 읽을 수 있다.

저자는 홈페이지(http://www.cutcheese.com)에서 "혼란을 조장하기 위해 쓴 것은 아니며, 악의 없는 유머(good-natured humor)일 뿐" 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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