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과 더불어] 소년원출신 전도사로 인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정이 그리운 청소년들에게 가정의 따뜻함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

9년 동안 50여명의 소년원 출신 10대들을 집에 데려와 함께 생활하며 바른 길로 이끌어온 부부가 있다. 서울 명동에서 양복점을 하는 이홍균(李弘均.61)씨와 부인 윤영지(尹英智.57)씨다.

이들의 서울 여의도 아파트에는 전도사를 희망하는 세명의 소년원 출신 청년이 함께 산다. 모두 신학대생이다. 이들보다 먼저 13명이 전도사가 됐고, 세명은 해외 선교사로 새 인생을 살고 있다.

李씨 부부가 이들과 인연을 맺은 건 1991년. 부인 尹씨가 운영하는 유니선교회에서 천안소년원에 '사랑의 편지' 를 보내면서부터다.

85년 대전교도소에서 예비 출소자들에게 양복재단 기능을 교육했던 남편 李씨도 부인의 편지보내기에 적극 협조했다. "가족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도록 매주 따뜻한 사연을 담아 보냈다" 고 한다. 그렇게 1년간 '사랑의 편지' 를 보내던 부부는 92년 어떤 결심을 하게 된다.

"소년원을 나와도 오갈 데 없는 청소년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지요. 그들이 다시 범죄의 길로 빠져드는 걸 막기 위해선 따뜻한 가정에서 사랑과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

두 아들 진국(31.목사).진영(30.대학원생)씨도 또래인 소년원 출소자들과 가족같이 지내겠다고 약속했다. 취업을 희망하는 소년들에게는 李씨가 양복재단 기술을 가르쳐주었다.

친부모와의 마찰도 있었다. 필리핀에서 선교 활동 중인 韓모(28)씨의 경우가 그랬다.

92년 소년원을 나온 韓씨를 처음 데리고 올 때 무속인이던 그의 어머니가 거세게 반대했다. 하지만 수년 후 아들이 올바르게 자라 선교사가 되자 "내가 데려왔으면 다시 방황했을지도 모를 아들을 이렇게 훌륭하게 인도해줘 고맙다" 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강병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