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흥安씨 대종회·돗토리현 지사 감동상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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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조선시대 한.일간 우호의 역사가 1백82년 만에 후손들에 의해 재현됐다.

1819년 1월 상선을 타고 강원도 평해군(현재 경북 울진군)을 떠났다가 일본 돗토리(鳥取)현 앞바다에서 표류하다 구조돼 무사히 돌아온 안의기(安義基)선장의 방계 후손들과 돗토리현 대표단이 12일 서울에서 만나 교류의 대물림에 나섰다.

순흥(順興)安씨 제3파 대종회 안갑준(安甲濬)회장 등은 이날 시흥4동 문중 사무실에서 가타야마 요시히로(片山善博.사진)돗토리현 지사를 비롯한 10여명의 대표단을 만나 돗토리 주민.관헌이 선조를 도와준데 대한 감사의 뜻을 전했다. 가타야마 지사는 이에 문중 관계자 5명의 돗토리 방문을 초청했다.

安씨 문중과 돗토리현이 다시 인연을 맺게 된 것은 현측의 끈질긴 노력 덕분이다. 1991년 현립 도서관에서 '표류 조선인 그림' 족자가 발견된 뒤 현청 차원에서 安선장 후손 찾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족자에는 安선장 일행이 돗토리에 보낸 감사문, 安선장이 한글로 쓴 조난 상황, 일본인 화가가 그린 12명의 선원 모습이 함께 들어 있다.

현측이 족자를 바탕으로 한.일 양국의 사료를 훑은 결과 동해를 사이에 둔 정다운 교류가 숨어 있었다. 安선장 일행은 1백일 동안 돗토리현에서 신세를 졌고, 나중에 보은의 사례품과 감사문을 보낸 것으로 사료는 기록하고 있다.

현측은 즉각 '환동해 한.일 교류 조사사업' 에 착수했고, 94년에는 당시 총무부장이던 가타야마 지사가 울진군을 찾아 현지 조사를 벌였다. 한.일 교류의 새 지평을 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후손찾기는 한동안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현측 움직임에 관한 본지 보도(2000년 1월 5일자)를 安씨 종친회가 접하면서 비록 직계는 아니지만 후손 찾기는 결실을 보게 됐다. 종친회 安회장은 "선조 관련 기념비까지 세워준 현측과 현민에게 감사한다" 고 했고, 가타야마 지사는 "이번 만남이 한.일간 풀뿌리 교류의 가교가 될 것으로 믿는다" 고 밝혔다.

오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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