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중국 출구전략, 누구 장단에 춤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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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지난해는 경제가 어려웠던 해였다면 올해는 복잡한 해가 될 것이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지난달 27일 한 말이다. 그의 말대로 최근 중국 정부가 시장에 보내는 신호는 복잡하다.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장이 위안화 절상 가능성을 시사한 지 일주일 만에 원 총리가 뒤집는 식이다. 금리 인상도 마찬가지다.

메시지가 헷갈리는 것은 중국이 서로 상충할 수도 있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8% 성장은 하되, 부동산·물가는 잡겠다는 목표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를 ‘투 트랙 전략’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은 모순이다.


성장을 위해선 중국도 이제 내수를 늘려야 하는 입장이다. 다만 내수가 제 궤도에 오를 때까지는 수출이 버텨줘야 한다. 그런데 최근 무역 흑자 규모가 급격히 줄면서 적신호가 들어왔다. 지난달 중국의 무역흑자는 76억 달러로, 1월의 절반 수준이다.

미국의 압박은 역설적으로 중국의 강경 발언을 부추기는 요소다. 정치적 부담 때문이다. 미국은 다음 달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태세다. 동양종금증권 성재만 연구원은 “중국은 외부 압력이 아니라 독자적 판단에 따른 결정이란 인식을 주면서 위안화를 절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안화 가치는 절하돼 있지 않다”는 원 총리의 14일 발언은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큰 흐름에선 금융시장은 중국의 위안화 절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삼성경제연구소 엄정명 수석연구원은 “중국 당국자들의 발언은 각각 강조하려는 점이 다른 것일 뿐 위안화 절상을 안 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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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부문의 출구전략은 위안화 절상보다 속도가 빠르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 상승률(2.7%)은 중국 정부 목표치(3%)에 육박했다. 부동산 시장도 식지 않고 있다. 이미 중국은 올 들어 두 차례 지급준비율을 올렸고, 대출 규제도 강화했다. 모건스탠리는 “중국이 다음 달 추가로 지준율을 올릴 것”이라고 15일 전망했다. 이날 저우 인민은행장은 기준금리 인상의 기준을 제시하며 한 걸음 더 나갔다. 하나대투증권 소재용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통화긴축을 먼저 한 후 위안화를 절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의 출구전략은 한국 금융시장에 단기적 충격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미 시장에 어느 정도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수출 기업에도 위기와 기회가 공존한다. 위안화가 절상되면 원화가치도 오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수출 가격 면에서 한국 기업의 부담도 커진다. 하지만 중국산 제품에 대한 상대적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무역수지가 개선될 것이란 전망(LG경제연구원)도 있다.

중국 내수가 늘면 중국에 완제품을 수출하는 업체에는 기회다. 반면 중국의 대외 수출이 주춤해지면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업체는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0일 중국 관련 보고서에서 “중국 출구전략이 한국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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