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6월 시작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경기장 건설 현장에 대규모 근로 인력을 투입해 외화벌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 당국자는 14일 “개·폐막식과 결승전이 열릴 요하네스버그의 사커시티구장(9만4000명 수용) 증축 현장 등 4~5곳에서 북한 근로자가 일하고 있다”며 “전체 규모는 약 1000명에 이르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북한 근로자들은 6월 25일 북한-코트디부아르전이 열리는 넬스프릿의 음봄벨라 경기장 건설에도 투입됐다. 북한 선수들이 북측 근로자들이 꾸민 구장에서 뛰게 되는 셈이다.
남아공 정부는 9개 도시 10개 구장을 마련하는 데 한국 돈 2조원에 가까운 120억 랜드(Rand)를 쓸 예정이며, 북한은 인건비로 수천만 달러를 가져갈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공사는 1998년 8월 북·남아공 수교 후 첫 대규모 인력송출 사업이다. 마무리 공사 중인 북한 근로자들이 곧 귀국할지 다른 건설에 동원될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북한은 중국·러시아와 중동 지역 등 45개국에 2만~3만 명의 근로 인력을 체류시켜 외화벌이를 해왔다. 최근에는 세네갈에서 2700만 달러짜리 초대형 조형물 공사를 맡는 등 아프리카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임금을 ‘충성자금’ 명목으로 거둬들여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부족해진 외화를 충당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