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론 민의는 어느쪽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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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개헌론이 정치권의 한복판으로 들어서고 있다. " 6일 민주당 한화갑(韓和甲)최고위원의 '대통령 4년 중임제, 정.부통령제 찬성' 발언에 대한 정치권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민주당 고위 당직자는 "개헌론의 둑이 무너지는 기분" 이라고 표현했다.

韓위원은 '사견(私見)' '당에서 공식 거론한 일 없다' 같은 표현을 쓰며 조심스럽게 접근했지만 정치권에서 느끼는 무게는 크고, 반향은 미묘하다.

무엇보다 그가 동교동계 간판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韓위원은 "지금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국정 마무리에 전념할 때" 라며 말을 아껴왔다.

그는 "내겐 태생(胎生)적 한계가 있다. 무슨 계획이 있으면 대통령에게 물어보고 한다. 대통령 후보 경선 출마도 물어보고 할 것" (3일 국민대 강연)이라며 자세를 낮춰왔다.

그러던 그가 불쑥 개헌론을 치고 나오자 DJ와의 '교감(交感)' 여부가 주목됐다. MBC라디오 발언 후 기자와 만난 그는 "내가 무슨 말만 하면 대통령이 시켰다고 하느냐. 청와대와 협의한 바 없다" 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정.부통령제는 (영호남)지역구도 타파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반대하는 것은 영남표를 분산시켜 자신의 대통령 당선에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 때문" 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韓위원은 "金대통령도 야당총재 시절에는 정.부통령제를 지지했었다" 며 1987년 직선제 개헌정국 때를 상기시켰다.

韓위원의 발언으로 개헌론에는 힘이 붙고 있다. 한 당직자는 "이인제(李仁濟).김근태 최고위원에 이은 韓위원의 가세로 여권은 DJ의 결심이 설 경우 당차원에서 (개헌을 위해) 뛸 수 있는 상황이 됐다" 고 설명했다.

한나라당 쪽은 김덕룡(金德龍)의원이 앞장서고 있으며 박근혜(朴槿惠).이부영(李富榮)부총재도 원칙적 찬성입장이다.

그런 상황이지만 여권은 아직 공식적으론 거론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이뤄진 뒤에 개헌론이 공식적으로 나올 것이란 전망이 정치권에서 여전히 유효하다. 특히 시민단체 일부에서 개헌론에 앞장서 총대를 메줄 것이라는 기대감도 여권 일부에 있다.

韓위원은 "여론조사에서 60%가 개헌을 찬성한다.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면 본격 논의할 수 있다" 고 주장했다. 이런 흐름에 대한 李총재측의 격렬한 반발은 예고돼 있다. 李총재측은 개헌론을 '이회창 포위.압박' 이라며 의심하고, 정계재편의 수단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단정한다.

자민련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의 '내각제 개헌' 고수 입장도 개헌론의 걸림돌이다. 무엇보다 DJ의 국정 지지도가 개헌의 공론화 여부를 가늠할 핵심 요소가 될 전망이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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