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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처리 달라진 중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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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중국이 탈북자 문제에 강경 방침으로 돌아서고 있다.

▶ 북한민주화운동본부 등 대북인권단체 회원들이 27일 서울 세종로 외교통상부 청사 앞에서 중국 정부의 탈북자 강제연행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김성룡 기자]

중국 당국은 27일 탈북자 문제를 언론에 공세적으로 공개했다. 신경보(新京報) 등 베이징(北京)의 주요 언론들은 베이징 근교 퉁저우(通州)에서 65명의 탈북자가 붙잡힌 사안을 신속하게 보도했다. 이례적이다. 그동안 중국이 펴온 조용한 외교와는 전혀 다르다.

또 중국 관영 방송인 CC-TV는 탈북자들의 외국 공관과 시설 진입의 배경, 이를 뒷받침하는 조직과 인원 등에 대한 심층보도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탈북자의 외국 시설 진입을 일절 보도하지 않던 것과는 아주 다른 모습이다.

26일 중국 공안에 체포된 탈북자 65명도 북한으로 강제 송환될 위험에 놓였다. 27일 정부 관계자는 "외교 공관에 진입하지 못한 탈북자는 중국 당국이 북한 이탈주민으로만 간주하고 있을 뿐이어서 한국 송환에 일절 협력한 적이 없다"고 밝혀 북송 가능성을 시사했다.

특히 중국 외교부의 장치웨(章啓月) 대변인은 26일 "신원불명의 인원(탈북자)들이 대사관과 외국계 학교에 진입하도록 돕는 조직과 사람을 강력하게 단속할 것"이며 "해당 국가 모두 이들을 보호하는 행동을 해선 안 될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에 따라 탈북자 65명의 인도적인 처리를 부탁하는 한국의 요구가 관철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 국제학교에 진입한 탈북자 29명의 처리와 관련, 정부는 이미 중국 당국과 교섭을 진행 중이며 관례대로 한국으로 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정부 관계자는 말했다.

[뉴스분석] 대량 탈북, 북한 붕괴 대비한 복합처방

중국이 강경 대처에 나서는 배경은 무엇인가. 크게 세 가지로 분석된다.

첫째는 강력한 대외 경고다. 대상은 탈북 지원 세력. 장치웨 대변인이 26일 구체적으로 꼽은 지원 세력은 '종교''인권조직''개인'등 셋이다. 문제는 여기에 간접적이나마 한국 정부까지 언급됐다는 점이다. 장 대변인은 '개별 국가' 또는 '당사국'등의 표현을 빌려 한국이 탈북을 종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일은 처음이다.

중국의 불쾌감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 정부를 포함, 탈북 지원 세력에 강한 경고 메시지를 전했다는 지적이다.

또 최근 중국을 다녀간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탈북자 문제에 대한 북한의 요구 사항에 어느 정도 성의를 보이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둘째는 중국의 자체 단속이 한 배경이다. 중국은 미국이 이달 초 통과시킨 북한 인권법안이 장기적으론 인권 후진국인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 무려 2400만달러를 지원, 탈북자들을 돕겠다는 법안이 미국 의회에서 통과된 이후 수십명 단위의 탈북 사태가 잇따라 벌어지며 중국 자체의 치안을 위협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이 같은 대량 탈북 사태가 티베트 등 일부 분리 독립 움직임이 남아 있는 곳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기도 하다. 차제에 이를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 같다.

셋째는 아직 이르기는 하지만 북한 붕괴가 돌발적으로 이뤄질 경우를 대비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중국은 지난해 9월 북한과의 국경 지역 수비대를 기존의 무장경찰 병력에서 인민해방군 정규 병력으로 대체해 국경 수비 시스템을 강화했다. 또 이들 인민해방군은 홍수 등 자연재해 발생이라는 상황을 가정해 비상 훈련을 했다.

중국은 최근 미국의 불쾌감을 애써 무시해 가며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크게 강화하고 있다.

한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고구려사의 자국사 편입 작업인 '동북공정(東北工程)'도 꾸준히 진행해 가고 있다. 이 모든 작업은 북한 체제의 갑작스러운 붕괴를 막거나, 혹은 그 같은 상황에 미리 대처하거나, 장기적으로 한반도의 통일에 대비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kjyoo@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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