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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봐주기'인사 지나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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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공석 중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 부의장과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원장에 이재정 전 민주당 의원과 윤덕홍 전 교육부총리가 각각 내정됐다. 지난 대선 당시 노무현 캠프의 일원이었던 이 전 의원은 업체로부터 10억원을 받아 당 관계자에게 전달한 혐의로 3000만원의 벌금형이 확정된 상태다. 윤 전 부총리는 공직을 사퇴하고 지역구에 출마해 낙선했다. 불법 정치자금 거래에 연루된 정치인과 특정 정파의 선출직 후보로 나섰던 사람에게 이런 식으로 자리를 주면서 개혁을 말할 자격이 있는가.

민주평통은 헌법기관이며 수석부의장은 의장인 대통령을 대신해 국내외 1만4000여명의 자문위원을 대표하는 자리다. 바로 직전 전임자의 경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중도하차했다. 그런데도 불과 몇달 전 형이 확정된 사람을 자숙기간도 없이 덜컥 고위직에 임명하니 이는 인사원칙도, 도덕성도 없는 행위다. 정권을 차지했으니 마음대로 하겠다는 자만이자 국민을 무시한 처사다.

윤 전 부총리도 재임 중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등의 추진 과정에서 각종 정책혼선을 불러일으킨 실패한 각료여서 그의 중용은 부적절하다. 이 두 사람 말고도 지난 총선에 출마해 낙선한 사람과 대선 공신들이 줄기차게 산하기관의 간부로 임명돼 낙하산인사 논란은 그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정치권 인사 4명을 전문성이 요구되는 과학재단의 감사로 선임해 반발을 초래하기도 했다.

이 정부 사람들은 입만 열면 능력에 따른 투명한 인사를 내세워 왔다. 노 대통령은 정부 인사를 총괄하는 정찬용 인사수석에게 다음 정부에서도 존경받을 만한 인사시스템을 구축해 달라는 주문을 한 바 있다. 그 정 수석은 미국 고위 정무직 인선과 검증 시스템 운용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최근 미국을 다녀오기까지 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이렇게 전리품처럼 공직을 나눠주고 있으니 겉 다르고 속 다른 셈이다. 정부는 제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상식 선의 인사만이라도 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