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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책 더는 내지 말라” 하셨는데 … 부쩍 는 법정 스님 책 찾는 손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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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12일 서울의 한 대형서점을 찾은 시민이 법정 스님이 남긴 책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입적한 법정 스님의 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생전에 법정 스님은 50여 종의 저·역서를 냈으며, 현재 시판 중인 것만도 산문집·법문집·불교서적·어린이 책 등 30여 종에 이른다. 쉬운 문장에 맑고 깊은 뜻을 담아 베스트셀러가 적지 않고, 스테디셀러도 많은 편이다. 1976년 나온 대표작 『무소유』(범우사)는 180쇄를 찍을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모아 지금까지 200만 부가 넘게 팔렸다.

서점들도 책으로 안타까움을 달래려는 독자들을 위해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교보문고는 법정 스님의 입적 소식 직후 광화문점에 추모코너를 마련해 법문집 『일기일회』(문학의숲), 서한집 『오두막편지』(이레) 등을 모아 놓았다. 인터넷서점 예스24에선 ‘우리 시대의 진정한 스승, 고(故) 법정 스님을 기리며’란 기획전을 열고 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스님이 와병 중일 때는 평소의 2배, 입적 이후엔 4.5배 정도로 판매가 늘었다”고 전했다.

한편 법정 스님이 자신의 책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출판사들은 곤혹스러워 하는 눈치다. 범우사의 윤형두 대표는 일단 추가 인쇄를 중단한 상태다. 그는 “스님의 저서는 공공의 문화적 자산이 된 만큼 책을 절판한다면 우리 사회의 손실이 될 것”이라 아쉬워하면서도 그 뜻을 존중할 태세다.

법정 스님 책 4종을 출간한 이레 출판사 고석 대표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법정 스님의 유언 이야기는 신문 보고 알았다. 스님께서 생전에 말씀하신 게 아닌 만큼 아직은 사실 여부를 확실히 모르는 상태”라며 “다비식이 끝나고 확실한 게 밝혀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또 “설령 절판이 결정된다고 하더라도 통상적으로 결정에서 절판까지는 6개월 정도 시한을 주는 게 관례인 만큼 당장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최근 들어 스님의 책을 집중적으로 내온 출판사 ‘문학의 숲’ 편집자는 “평소 내 책을 잘 부탁한다고 말씀하셨던 것에 비추어 그 말씀은 잘못 전해진 것으로 본다”며 “『불타 석가모니』 등 다른 출판사에서 냈던 책을 재출간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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