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귀빈주차장 'VIP와의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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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개항 일주일을 맞은 인천공항 직원들이 요즘 "활주로 다음으로 시끄러운 곳" 으로 꼽는 곳이 있다. 귀빈주차장이다.

여객청사 내 귀빈실로 곧장 연결되는 청사 동쪽편의 1백20대분 규모.

여기서 주차장 진입이 허용되는 '귀빈' 의 범위를 놓고 공항직원과 소위 귀빈급 인사들 사이에 연일 승강이가 벌어지고 있는 것. 귀빈주차장 출입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던 김포공항과 달리 이용자격이 엄격히 제한되면서 벌어지는 풍경이다.

공항공사측은 귀빈주차장 이용객을 3부요인과 외교사절, 공사 사장 등 고위 간부, 항공사 국제선 지점장.상주기관장 등으로 한정해 놓은 상태다.

개항일인 지난달 29일부터 소동은 빚어졌다. 국제의회연맹(IPU)회의 참석차 미국에 가는 이만섭(李萬燮)국회의장을 출영나온 한 국회의원이 주인공이었다.

주차장 진입을 막는 담당직원에게 운전기사가 "어디서 의원님께 감히…" 라며 꾸짖다가 안 통하자 의원이 직접 차에서 내려 호통을 친 것. 주차장 직원은 "어쩔 수 없이 차단기를 올려주었다" 고 했다.

다른 주차직원은 "이런 일이 하루 평균 50여차례쯤 벌어진다" 며 "김포공항에서 귀빈실을 이용해오다 갑자기 못하게 된 국회의원들이 가장 심한 편" 이라고 소개했다.

한 정부부처 국장급 간부는 입장을 막는 주차요원에게 공항공사 간부에게 전화를 걸라고 명령하기도 했고, 모 대기업 이사는 명함을 꺼내보이며 귀빈임을 강조하기도 했다고 한다.

한 여직원은 "매일 수십명의 귀빈들과 말다툼을 하다 보니 하루 만에 목이 쉬더라" 고 하소연했다.

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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