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수입 압박 캐나다 또 광우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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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자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라며 한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캐나다에서 또 광우병이 발병했다. 11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캐나다 앨버타주의 한 목장에서 72개월 된 육우(고기를 얻기 위해 살 찌운 젖소)가 광우병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캐나다에서 광우병에 걸린 소가 나온 것은 이번이 17번째다. 지난해 5월에 이어 10개월 만이다. 감염이 확인된 소는 캐나다의 광우병 감염 사례 가운데 가장 최근에 태어난 소다.

로이터 통신은 이로써 광우병 감염 위험과 관련한 캐나다의 등급 상승이 지연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국제수역사무국(OIE)으로부터 ‘광우병 위험 통제국’으로 지정돼 있는 캐나다는 한 단계 위인 ‘경미한 위험(Negligible) 지역’의 지위를 받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이번에 발견된 감염 소는 캐나다가 사료 공급 기준을 강화한 2007년 7월 이전에 태어난 소다. 이 조치 이후에 출생한 소 중에서는 아직 광우병 감염 소가 나오지 않고 있다. 강화된 사료 조치는 광우병에 걸린 소나 30개월 이상 된 소의 뇌·척수 등을 모든 동물용 사료로 쓰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이는 소와 같은 반추동물에서 나온 단백질을 다시 반추동물의 사료로 쓰지 못하게 한 종전의 기준에 비해 더 엄격한 내용이다. 익명을 원한 농식품부 관계자는 “광우병의 추가 발병이 WTO 피소 건에 특별히 영향을 주진 않을 것 같아 기존 방침대로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가 한국을 제소했지만, WTO 분쟁해소 패널에서 이를 해결하는 대신 한국과 캐나다가 양자 협의를 통해 해결할 가능성도 있다. 양국의 농식품부 차관보는 지난달 말 프랑스 파리의 ‘201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농업 각료회의’에서 만나 캐나다산 쇠고기 문제를 양자 협의로 풀 의향이 있음을 확인했다. 농식품부 측은 “그간에도 실무자 선에서 양자 협의를 통한 해법을 논의했지만 고위급 관료 간에 이런 의사를 확인한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다만 아직 협상을 개시하기로 합의하거나, 만날 날짜를 정한 단계는 아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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