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교가 아니고는 장애 학생의 교육권이 보호되지 못하는 교육현장, 휠체어를 타고는 접근조차 하기 힘든 관공서, 장애인 채용의무를 일자리 대신 돈으로 해결하려는 기업….
이런 저런 핑계로 장애인을 외면하는 사회에 항거라도 하듯이 단 한명뿐인 장애인 학생을 위해 학교 운영체계를 바꾸고 각종 시설을 개조해 참교육의 본보기를 보인 사립학교가 있어 신선한 감동을 주고 있다.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식현리 삼광중학교.
이 학교에 근육이 굳어가는 진행성 근육병으로 거동이 불편한 이명선(李明善.13.파주시 법원읍 법원리)군이 배정된 것은 지난달 13일.
학교측엔 비상이 걸렸다. 1963년 개교 이후 혼자서는 움직일 수 없는중증 장애인이 입학한 것은 처음이고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상동(河商東.57)교장은 간부회의를 소집해 대책을 논의했다.
"수업 분위기가 산만해질 수 있으니 받기 어렵다" 는 목소리가 나왔다. 실제로 이 학교에서는 92년 뇌성마비 학생을 재활학교로 전학시킨 예가 있었다.
그러나 "장애 학생도 비장애 학생과 똑같이 교육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는 의견이 우세했고 토론 끝에 李군의 입학을 허용했다.
학교측은 즉각 李군을 받아들일 준비에 나섰다. 우선 조치한 것은 1층 교실에다 李군을 배정하는 일이었다. 전교생이 3백99명인 이 학교는 1층에 여학생반만을 배치하고 있었다. 고심 끝에 학교측은 전학년을 남녀 혼합반으로 바꿔 李군이 1층 교실에 서 배울수 있게 했다.
그리고 5백만원의 긴급 예산을 편성해 시설 개조에 나섰다. 1층 여학생 화장실 내에 李군이 사용할 수 있도록 장애인 화장실을 만들고, 학교 현관으로 오르는 계단도 휠체어가 다닐 수 있도록 뜯어고쳤다.
또 李군을 위해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커다란 책상을 만들고, 李군이 학교 생활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7년째 단짝 친구인 김만옥(金萬玉.13)군 등 초등학교 동창 22명을 같은 반에 배정하는 세심함도 보였다. 담임인 박기환(朴基煥.29)교사는 李군을 제대로 돌보기 위해 졸업할 때까지 3년 동안 담임을 맡기로 했다.
파주〓전익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