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개혁, 정부·3자개입 말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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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언론개혁에 대한 논쟁이 뜨거운 가운데 전국의 신문.방송.통신사의 편집.보도국장 등이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회장 高學用)가 주최하는 '언론자유와 언론개혁' 세미나(23~24일.제주도)에서 열띤 토론을 벌인다. 高회장은 "이번 세미나는 언론개혁이 정부개입 여부로 논란을 빚으면서 발등에 불이 된 시점에서 공론화를 위한 자리가 될 것" 이라고 밝혔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원로 언론인 남시욱(南時旭)전 문화일보 사장이 주제발표를 할 '언론자유와 언론개혁' 의 내용이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지난달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 와의 회견에서 언론개혁에 대해 대단히 중요한 언급을 했다.

그는 '정부는 실정법에 의해 경영상의 문제만 (조사)하고 편집문제와 공정보도 문제는 여야, 언론계, 시민단체가 국회에서 할 일이다. 정부가 개입하면 언론탄압으로 받아들여질 우려가 있다' 고 밝혔다. "

南전사장은 "金대통령의 이 발언은 현재 진행 중인 언론사 세무조사와 불공정거래 조사, 그리고 지난달 말 갑자기 발표된 신문판매와 광고의 불공정 행위를 규제한 신문고시(告示)가 언론개혁의 일환으로 나온 것임을 시사한 것" 이라며 "이것은 종래 안정남(安正男)국세청장과 진념(陳稔)부총리가 세무조사는 전혀 다른 의도가 없는 '통상적 정례조사' 라고 한 말과는 분명히 다르다" 고 덧붙였다.

그는 金대통령이 밝힌 편집과 공정보도 문제에 관한 제도개혁이 세무조사 등이 일단락된 뒤 시작될지, 아니면 별도의 시점에서 추진될지는 불명확하다고 말했다. 또 제도개혁과 관련해 한 가지를 짚고 넘어갔다. "현재 국회에 시민단체들이 제출한 입법청원이 접수돼 있다.

제도개혁을 단행하려면 이것이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현재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는 야당의 태도가 변하지 않는 한 金대통령이 말한 대로 국회에서 이를 추진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다. "

언론개혁시민연대(언개연)가 국회에 청원한 정간법 개정안을 통해 주장하고 있는 '편집권 독립을 위한 편집규약 제정' 에 대해 그는 우려를 나타냈다. "편집규약의 대표적 사례인 독일의 편집규약은 국내 언론사에선 노사간에 체결되는 편집권 협약에 해당한다.

또 독일 언론의 편집위원회는 기자들 내부의 위원회이지, 언개연이 편집규약 제정을 위해 노사 동수로 구성하자고 제안한 것 같은 노사공동 의결기구가 아니다. 독일에서는 언론사의 기본 편집방침을 회사측이 정하며 편집규약은 그 방침 안에서 이뤄지는 편집문제를 다룬다. "

그는 국내 언론의 잦은 오보와 이에 따른 명예훼손 및 사생활 침해가 심각한 문제이며 한국 언론의 개혁은 이를 고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언론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언론 사주는 편집책임자에게 편집의 권한을 위임하고, 오보와 편파.불공정보도를 하는 기자들 자신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관훈클럽의 '한국언론 2000년위원회' 전문위원 조사(1997년)에 따르면 조사대상 언론인 중 33%가 타 매체에 난 보도를 확인 없이 그대로 베낀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또 이번 세미나에서 '언론개혁, 패러다임의 전환' 이란 주제로 발표할 서강대 김학수(金學銖.신방과)교수는 정치권력이 어떤 형태로든 언론을 이용하려고 하지 않을 때 언론개혁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준(準)공적 영역인 방송과 달리 신문은 사적(私的) 경제적 독립을 이뤄야 공익적 영향력이 보장될 수 있다" 며 "권력을 이용해 뉴스나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행위, 특혜 금융, 계도용 신문 구독, 공공기관의 편파적 광고 배정 등을 재검토.개정해야 한다" 고 말했다.

김기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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