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공항 개항 서둘 일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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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개항을 불과 보름남짓 앞두고 'DLiA 항공컨설팅 컨소시엄' 이란 다국적 업체가 "인천국제공항의 3월 29일 전면 개항 일정을 수정할 것을 강력 권고한다" 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우리측 요청으로 인천공항 점검을 맡아온 이 업체는 수하물처리.비상체계.터미널 운영.공항 보안.시설유지 보수 등 다양한 분야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이밖에도 예상치 못한 여러 문제점들이 발생해 홍콩과 콸라룸푸르 공항의 경우에서 보듯 큰 혼란이 생길 수 있다" 고 경고했다.

정부와 공항측은 "다 아는 문제라 반복 훈련과 시스템 안정화를 꾀하면 개항에 문제 없다" 고 자신하지만 절대 가볍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전문기관의 이번 경고는 인천공항이 안고 있는 문제점이 결코 예사롭지 않음을 말해준다.

이런 하자들은 화물운송의 혼란이나 금전적 손실에 그치지 않고 자칫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는 전에도 문제 없다고 장담했지만 막상 개항이 닥치자 하나뿐인 도로와 비싼 요금, 부족한 버스 노선과 숙박.편의.통신 시설 등 수많은 해결 과제가 드러나고 있다.

이런 판에 이렇듯 공항 운영에 치명적인 결함들이 잇따라 터지니 도대체 지난 8년여 동안 무엇을 했는지 알 수 없다. 나중에라도 따져봐야 할 일이다.

인천공항에서 개항 직후부터 심각한 혼란이 발생할 경우 이는 세계적인 망신이며 한국의 국제신인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이젠 공사에만 맡길 게 아니라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총리라도 나서서 범정부 차원의 대책반을 만들어 문제점을 점검, 부처간 협조가 필요한 사안은 속히 해결하고 외국 항공사에도 협조를 구하는 등 개항에 한치의 차질이 없도록 보완을 서둘러야 한다. 그래도 안되겠다 싶으면 전면 개항 대신 부분 개항을 택하고, 최악의 경우 개항 일자를 미루는 결단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시간이 없다. 연기에 따른 책임 추궁이 두려워서, 아니면 '설마' 하는 생각에서 무리하게 일을 밀어붙일 경우 더욱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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