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운동 본산’ 서 민노총 탈퇴 도미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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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경남 창원지역 노조가 잇따라 민주노총 탈퇴를 선언했다. 최근 보름 새 3개 회사 노조가 같은 결정을 했다. 민주노총의 정치 일변도 투쟁방식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게 그 이유다.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두산인프라코어 노조 창원지회(지회장 허장도)는 5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해 전체 조합원 496명 가운데 463명이 투표해 330명(71.3%)의 찬성으로 금속노조를 탈퇴했다. 현행 규정상 노조가 조직 변경을 하려면 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금속노조 탈퇴는 그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탈퇴를 의미한다.

공작기계 생산업체인 두산인프라코어는 인천·안산·창원에 공장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인천·안산지회도 어떤 형태든 향후 노조활동에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두산인프라코어 창원지회 관계자는 “조합원의 뜻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양시영 상무는 “지난해 9월 노조 지회장 선거 때 조직 형태 변경이 공약으로 나왔다”며 민주노총 탈퇴가 이미 오래전에 예고됐음을 시사했다. 이에 앞서 볼보건설 기계코리아 노조(위원장 이정훈)도 3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 조합원 576명 가운데 545명이 투표해 379명(69.5%)의 찬성으로 금속노조 탈퇴를 결정했다. 볼보건설기계코리아는 스웨덴 볼보가 100% 지분을 가진 굴착기 제조업체다. 이정훈 위원장은 “회사와 무관한 정치 투쟁에 나서는 상급단체에 대해 조합원들의 불신이 있었고, 다국적 기업인 회사 여건상 외국 주주들이 한국의 적대적 노사문화를 보며 투자를 꺼렸다”고 탈퇴 배경을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그동안 연대파업 등을 해야 한다는 상급단체의 지침이 많았으나 노조원들의 불만이 많아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에는 두산그룹 계열사인 두산DST 지회(조합원 304명)가 찬반투표 끝에 조합원 70.7%의 찬성으로 금속노조를 탈퇴했다. 두산DST는 두산인프라코어에서 방위산업 부문만 분리해 2008년 말 설립된 회사다. 이 밖에도 올 들어 한국행정연구원(노조원 25명), 울산항만예인선 노조(87명), 한국보건산업진흥원(135명), 영화진흥위원회(71명), 신진에스엠(18명) 노조 등이 민주노총을 탈퇴했다.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조태일 정책기획국장은 “산별노조 체제 하에서 개별 기업의 노조 지회는 전체 노조의 한 부서와 마찬가지인 데다 금속노조 규약상 총회에서 노조원 3분의 2 찬성으로 탈퇴를 결정하는 것은 원천무효다. 또 탈퇴한 노조 지회는 그동안 민주노총이나 금속노조에서 변변한 활동도 하지 않았다”며 그 의미를 축소했다

창원=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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