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폰, 애플 특허 훔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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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품 출시 때마다 ‘신비주의 마케팅’으로 유명한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이례적으로 대놓고 발끈했다. 그는 2일(현지시간) 구글 스마트폰을 겨냥해 “경쟁자가 우리의 발명특허를 훔쳐가는 걸 좌시할 수 없다”는 격앙된 표현을 써 가며 법정다툼을 선포했다.

애플은 이날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 연방법원에 터치스크린 기술 등 아이폰 특허 20건을 도용한 혐의로 구글 스마트폰을 만든 대만 업체 HTC를 제소했다고 밝혔다. 애플은 HTC에 대해 구글폰(일명 안드로이드 폰)의 미국 수출과 판매 금지·보상 등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HTC 대변인은 “애플의 주장을 면밀히 검토하겠지만 HTC의 자체 기술을 방어하는 데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대응 방침을 밝혔다. 구글은 직접 당사자가 아니어서 당장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국제 정보기술(IT) 업계에선 이번 일을 업계의 ‘거인’ 애플-구글 간 전쟁 신호탄으로 해석했다. 애플의 아성인 스마트폰 시장에 세계 최대 인터넷 회사인 구글이 뛰어들자 잡스 CEO까지 나서 기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대만 업체가 피소됐지만 최종 과녁은 구글이다. HTC는 구글의 첫 스마트폰인 넥서스원을 1월 대행 생산하기 시작했다. 애플이 HTC를 손봐 스마트폰 시장에서 ‘구글 쓰나미’를 봉쇄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1998년 출범한 미국 구글이 검색엔진을 바탕으로 각 분야에서 약진하자 세계 굴지의 IT 업체들이 구글을 경계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이 확산되면서 구글이 모바일 시장에도 야심을 보이는 데 대해 각국의 견제가 심해지고 있다. 애플은 지난 1월 검색 서비스를 구글에서 MS(마이크로소프트)로 바꾸기로 했다. MS와 야후도 지난해 말 구글에 대항해 검색사업 제휴를 발표했다. 유럽연합(EU)과 중국 정부는 구글에 대한 정부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원호·권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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