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MBC 사장, 노조 출근 방해로 ‘천막 집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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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이틀째 출근을 시도한 김재철 MBC 신임 사장이 노조의 저지에 막히자 ‘천막 집무실’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김재철 MBC 신임 사장(왼쪽에서 둘째)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 본관 출근이 무산되자 주차장에 마련된 천막 집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김 사장은 3일 오전 9시쯤 서울 여의도 MBC 본사에 도착했으나 ‘낙하산 사장 출근저지 투쟁’을 벌이던 노조원 50여 명에 막혀 현관 진입에 실패했다. 김 사장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이근행 MBC 노조위원장과 설전을 벌이다가 10여 분 만에 본사 주차장 쪽에 마련된 천막 집무실로 향했다. 김 사장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현관 앞에서 이 노조위원장과 설전을 벌였다. 김 사장은 “공영방송을 지키는 일을 하게 해달라. 사원들의 걱정을 받아서 열심히 일하겠다”고 말했고, 이 위원장은 “정권의 홍보 방송사가 된 뒤에 일을 하면 무슨 소용인가. 방송의 독립성을 위해 싸워 달라”고 답했다. 천막 집무실은 사측에서 설치한 것으로, 약 40㎡(12평) 크기며 내부에는 온열기와 책걸상·전화기 등이 갖춰져 있다.

김 사장은 황희만 보도본부장 등 MBC 이사진이 함께한 가운데 임원회의를 열고 남아공 월드컵에 대한 중계 협상과정 등을 보고받았다. 노조는 천막 집무실에 진입해 “방송문화진흥회에 원천적인 문제가 있으며 이 부분이 청산되지 않으면 사장을 인정할 수 없다”라며 천막 사무실의 철거를 요구했다. 이에 김 사장은 “MBC를 권력으로부터 지켜내는 것은 물론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과도한 간섭도 물리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오후엔 드라마 ‘동이’ 촬영장인 경기도 용인 세트장을 방문하는 등 본격 업무를 계속했다. MBC 관계자는 “김 사장은 당분간 매일 본사 출근을 시도하다 안 되면 천막 집무실에서 업무를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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