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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지난해 챔프 흥국생명, 이겨본 지 언제더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지난 1월 9일이었다. 프로배구 여자부 흥국생명이 2009~2010 V리그에서 마지막으로 승리한 날이다.

흥국생명은 이후 두 달 가까이 내리 패배, 어느새 12연패를 당했다. 종전 팀 최다 연패(11)를 넘어서는 불명예 기록이다. 최근 네 시즌 동안 세 차례나 우승을 차지한 지난해 챔피언 흥국생명이 하염없이 추락하고 있다. 3일 현재 성적은 6승18패(승률 0.250)로 5개 팀 중 4위다.

시즌을 앞두고 에이스 김연경이 일본으로 진출하면서 어느 정도 전력 약화는 예상됐다. 개막 3연패로 부진한 출발을 했지만 2~3라운드를 치르며 한때 5할 승률(6승6패)을 맞추기도 했다. 그러나 1월 중순 어창선 감독을 경질하고 반다이라 감독대행을 선임한 후 팀은 더욱 연패의 늪에 빠졌다.

일본 국가대표팀 코치 출신인 반다이라 감독대행은 ‘스피드 배구’를 내세우며 시즌 도중 주전을 물갈이했다. 세터를 베테랑 이효희(30)에서 신예 우주리(21)로 바꿨다. 레프트에 한송이(26) 대신 주예나(20)를 기용하고 있다. 우주리는 패기가 넘치지만 경험이 부족해 실수가 많다. 단신(1m75㎝) 주예나는 상대 블로킹 뚫기를 버거워하며 공격 성공률이 28%에 그치고 있다. 외국인 선수 카리나도 체중이 불어 제 몫을 하지 못하고 있다.

반다이라 감독대행은 “스피드 배구를 시도하고 있지만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 플레이로 하다 보니 범실이 많아지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더 나아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지휘봉을 잡은 후 벌써 10경기째 무승이다.

계속 지다 보니 선수단 전체가 패배주의에 빠졌다. 몇몇 선수들은 코트에서 의욕 없는 플레이로 일관하고 있다. 외국인 감독과의 의사 소통도 원활하지 않아 선수들이 겉도는 모습도 보인다. 박미희 KBSN 해설위원은 “김연경의 공백이 크고 카리나가 제 몫을 하지 못하는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선수들의 정신력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자칫하면 여자 프로배구 역대 최다 연패(13연패·2005~2006시즌 GS칼텍스 등 2팀)마저 경신할 위기에 놓였다.

한용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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