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넘는 큰 손 '특별히 모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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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의 거액 자산가를 공략하기 위한 은행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은행들은 1억원이나 3억원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일반 프라이빗뱅킹(PB)센터보다 시설을 고급화한 별도 점포를 잇따라 내고 이들만을 위한 상품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국내 처음으로 PB서비스를 시작했던 하나은행은 다음달 10일 서울 강남에 자산 10억원 이상 고객만을 상대하는 '웰스매니지센터 강남점'을 개설한다. 이 은행은 1억원 이상 고객은 전국 117개 PB영엄점, 5억원 이상은 14개 '골드클럽', 10억원 이상은 '웰스매니지센터'로 나눠 각각 별도의 점포에서 관리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26일 서울 강남지역의 PB영업 강화를 위해 예치자산 10억원 이상인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서초프라이빗뱅크를 개점한다. 서울 강북과 강남.여의도에 이어 네번째다.

서울 강남북에서 'CHB PB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조흥은행은 연내에 강남지역에 한 곳을 추가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전국 68개 일반 PB센터와 별도로 서울 강남북에 '투체어스'라는 최고급 점포를 운영 중이다. 이들 고급 PB센터는 대부분 고객에게 지급된 신용카드 형태의 카드키가 없으면 아예 출입이 불가능하다. 노출되기 싫어하는 고객 특성을 감안해 입구와 출구를 따로 만들어 서로 마주치지 않게 하는 등 동선까지 신경쓰고 있다.

금융 서비스에선 더 큰 차이가 난다. 일반 PB센터에선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고객이 담당 PB의 얼굴만 보게 된다. 부동산이나 상속 등 금융상품과 직접 관련 없는 문제가 생기면 담당 PB가 은행의 전문가에게 물어 고객에게 해결책을 제시한다. 실제 일을 해결하는 것은 고객의 몫이다. 이에 비해 고급 PB센터에선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고객을 대신해 문제를 처리해준다. 일반 PB센터는 본점에서 개발한 상품을 조합해 포트폴리오를 제시하지만 고급 PB센터는 고객이 원하면 특정신탁 등 1인용 상품을 만들어준다. 각 은행은 또 은행장과의 저녁 식사나 골프대회, 미술품 경매, 부동산 세미나 등을 열어 최상위 고객을 붙잡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 같은 '부자고객 차별화'는 일반 PB고객과 거액 자산가의 금융 수요가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 PB고객은 주로 수익성이 높은 금융상품에 투자해 자산규모를 늘리는 데 관심이 많지만 거액 자산가들은 금융.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해 안전하게 돈을 불리려 한다. 또 상속.증여를 대비해 세금 문제를 꼼꼼히 챙기는 것도 특징이다.

하나은행 김종준 웰스매니지먼트본부장은 "단순히 '돈 있는 고객'과 '돈 없는 고객'만 구분해오던 은행들이 '돈 있는 고객'에 대해서도 수익 기여도에 따른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며 "국내 은행들은 물론 외국 은행과 자산운용사들까지 뛰어들고 있어 거액 자산가를 붙잡으려는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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