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 준비 이렇게] 친구 사귀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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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행동에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나 전달법’과 듣기 훈련이 친구를 사귀는 데 도움이 된다. [최명헌 기자]

이미현(36·고양시 일산동구)씨는 지난해 딸의 친구 문제로 애를 태운 기억이 있다. 3월 초등 3학년에 올라가면서 친했던 반 친구들과 떨어져 몇 달 동안 새 친구를 사귀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씨처럼 새 학년이 시작되면서 자녀의 ‘친구 사귀기’ 문제로 걱정하는 부모가 많다.

글=박정현 기자, 사진=최명헌 기자

[1단계] 인사하는 법부터 배워야

우선 자신을 잘 소개하는 연습을 한다. 상대방의 반응에 지나치게 신경 써 말 한마디나 행동 하나도 시도하기 힘든 아이가 있다. 한국아동상담센터 이영민 연구원은 “인사하는 법부터 먼저 순서대로 가르치고, 해야 할 행동과 말을 하나씩 연습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처음 친구를 만날 때, 특정 장소에서 낯선 사람을 만날 때, 길거리에서 아는 친구를 만날 때, 친구가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인사하는 법 등 다양한 상황에 따른 대처법을 따로 배워 두면 도움이 된다.

친구의 이름을 먼저 부드럽게 부른 뒤 친구가 쳐다보면 대화를 시작한다. 백승희(경기도 가좌초) 교사는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면 우선 친구의 좋은 점이나 친구가 가진 물건 등을 진심으로 칭찬할 것”을 권했다. 예컨대 “네가 새로 산 가방 참 예쁘다”와 같이 말하면 친구가 호감을 가진다.

또래문화를 알고 또래의 화제에 낄 수도 있어야 한다. 유행하는 캐릭터 카드 모으기나 딱지·스티커 수집은 크게 비용을 들이지 않고 아이들과 어울릴 수 있는 문화다. 평소 유행하는 말이나 유머 시리즈를 많이 알아 둬도 도움이 된다. 친구들이 웃으면 같이 웃을 줄 알아야 한다.

[2단계] ‘나 전달법’으로 대화하기

대화를 할 때는 친구를 향해 부드럽게 눈을 맞춘다. 팔짱은 끼지 않는다. 친구의 말을 들을 때는 고개를 끄덕이거나 ‘음~음~’ 등으로 반응을 보인다. 백 교사는 “나의 현재 느낌·생각·바람을 진지하게 말하는 ‘나 전달법’을 사용하라”고 권했다. ‘나’를 주어로 해 상대방의 행동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다. 백 교사는 “네가 내 허락을 안 받고 지우개를 사용하고 갑자기 던져 내가 깜짝 놀랐고 많이 속상해. 다음부터는 내 허락을 받고 사용하면 좋겠다”는 식으로 말하라고 조언했다.

이 연구원은 “듣는 태도 때문에 서로 오해가 생기기도 한다”며 듣기 훈련을 강조했다. 말하는 사람 쳐다보기→말하는 사람의 내용을 머릿속에 그림으로 그리기→말하는 사람의 말소리·몸짓·표정·말투 살피기→말하는 사람의 내용에 고개를 끄덕이는 등 반응 보이기→잘 모르는 경우에 다 듣고 질문하기 순으로 연습한다. 이 연구원은 “세 사람이 조를 이뤄 말하기·듣기·관찰하기로 역할을 나눠 듣기 연습을 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3단계] 감정 조절과 적절하게 표현하기

백 교사는 “자신과 친구의 기분을 잘 알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친구가 아파 결석해 나는 (걱정이 된다)’ ‘친구가 나에게 선물을 줘 (기쁘다)’ 등과 같이 어떤 일에 대해 기쁨·슬픔·부끄러움·분노 등의 감정을 “나는 (무엇)을 느낀다”고 표현하는 것이다.

친구 표정 읽기도 연습해야 한다. 예컨대 친구가 상을 탔을 때 함께 기뻐하며 축하한다. 친구가 넘어져 다쳤을 때 “많이 아프니?”라고 물어보고 상처를 닦아 주거나 보건실로 데려간다. 친구가 침울할 때 위로해 주거나 공감해 주면 좋은 친구 사이가 될 수 있다.

감정을 적절히 조절하고 표현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화날 때 잘 처리하는 게 친구 관계에서 중요하다. 예를 들면 화가 났을 때 “잠깐” 하고 10까지 천천히 센다. 숨을 크게 들이쉬고 몸의 긴장을 푼다. 이 연구원은 “아이가 문제 상황에 직면했을 때 자신의 감정을 정직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제 상황에서 느끼는 불쾌한 감정을 잘 표현하면 아이들끼리는 서로 더 잘 이해하게 돼 오히려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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