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사제폭탄' 고교생이 제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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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재미있는 일을 만들고 싶은 호기심에 일을 저질렀다. "

지난 3일 대구 시민운동장 사제폭탄 폭발 사건의 범인은 '컴퓨터 도사' 란 별명을 가진 고교 2년생이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20일 林모(17.경북 김천 S고)군을 김천의 집에서 붙잡아 범행을 자백받고 관할 대구경찰청으로 넘겼다. 그는 화학약품과 디젤유 등을 섞은 뒤 타이머를 달아 사제폭탄을 만들었다. 그리곤 이를 시민운동장 화단에 놓아둬 열어보던 시민 두명에게 2도 화상을 입힌 혐의(폭발물 사용죄)다.

◇ 폭탄사이트 제조법대로 사전 실험〓경찰은 "林군은 초등학교 때부터 컴퓨터와 화학 쪽에 관심이 많아 전공자 수준의 지식을 갖고 있었다" 고 밝혔다. 어릴 적부터 집 주변 화공약품상과 김천공단 내 화학공장 연구실을 드나들었다는 것.

개인컴퓨터로 5개의 웹사이트와 30개 정도의 홈페이지를 만들어 관리할 정도로 컴퓨터에 능한 林군이 본격적으로 폭탄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지난해 2월. 국내외 폭탄 사이트에 접속하면서다.

지난해 9월엔 학교 운동장에서 폭발실험을 하다 팔.무릎 등?파편을 맞아 수술을 받고 1주일간 입원하기도 했다.

林군은 사고 이후 화공약품상이 "위험하다" 며 약품 판매를 거절하자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재료를 구입했다. 지난달 15일 기폭장치에 특정 물질을 사용해 폭발시키는 데 성공했다. 林군은 "많은 사람에게 공개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대구 시민운동장 주변을 폭발 실험현장으로 택했다" 고 털어놨다.

◇ 17일 간의 추적〓경찰은 사건 직후 폭탄 관련 인터넷 사이트를 파고들었다. 지난 6, 7일 개인 홈페이지에 폭탄 제조법을 띄운 대학생 두명과 중3생 한명을 붙잡았고 중학생으로부터 특정인들만을 상대로 비밀리에 운영 중인 폭탄 사이트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리고 이 사이트의 적극 이용자 중 대구.경북 거주자를 추적했다. 17일 만인 20일 새벽 경찰은 집에서 잠자던 林군을 붙잡아 자백을 받고, 노트북 등 증거물을 압수했다. 林군은 "겁이 나 부모에게 범행사실을 털어놓기도 했지만 처벌이 두려워 자수를 망설여 왔다" 고 뒤늦게 후회했다.

성시윤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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