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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명근 교수가 황우석처럼 되지 않으려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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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대한민국 최초로 심장 이식, 200억원을 기부하는 유언장 작성, 벤처사업가…. 송명근 건국대병원 흉부외과 교수에게는 여러 가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그의 수술 솜씨와 일에 대한 열정은 남다르다. 그래서 세간의 화제가 됐고, 언론에도 자주 등장했다.

요 며칠 사이 송 교수의 언론 노출이 다시 잦아졌다. 이번에는 좋은 일이 아니다. 보건복지가족부 산하 한국보건의료연구원(보건연·원장 허대석 서울대 의대 종양내과 교수)이 그가 개발한 카바(CARVAR·대동맥근부 및 판막성형술) 수술법의 안전성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보건연은 이번에 송 교수가 건국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에서 시술한 환자 127명을 조사했다고 한다. 그 가운데 26명은 부작용, 5명은 사망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수술의 잠정 중단을 권고했다.

송 교수는 기자회견을 열어 “2년4개월간 대동맥 판막질환으로 카바 수술을 받은 환자 252명 중 사망한 사례는 한 건도 없다”고 보건연의 발표를 반박했다.

보건연과 송 교수의 주장은 너무 달라 어느 쪽이 옳은지 판가름하기가 어렵다. 다만 양측의 공방을 보고 있자니 5년 전이 떠오른다.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 사건이다. 2005년 가을 MBC PD수첩 팀의 보도로 시작된 황우석 파동에 온 국민이 실망했다. 난자 채취와 관련된 윤리 문제에서 출발해 논문 조작이 밝혀질 때까지 국민은 설마설마하며 끝까지 황 교수를 믿으려 했다. 황 교수의 업적을 시기해 음해하는 것이라며 방송을 공격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

그를 구세주처럼 따르던 난치병 환자와 가족들의 반발은 폭력적이기까지 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 MBC는 중간에 사과방송을 해야 했다. 진실을 밝힌 것은 젊은 생명과학자들이었다. 포항공대 생물학연구정보센터(브릭) 게시판에 ‘황 교수 논문의 사진 중복게재 의혹’이 올라오며 논란이 재점화됐다. 한 박사과정 연구자는 DNA 지문이 조작됐다는 증거를 제시해 논란에 쐐기를 박았다. 젊은 과학자들의 집념이 진실을 밝힌 것이다. 그때 현장기자들과 나눈 얘기가 있다. “연구과정에서 보다 철저한 검증이 있었더라면 국민의 실망이나 국제적 망신, 예산 낭비도 없었을 텐데….”

황우석 파동 얘기를 꺼낸 것은 송 교수를 깎아내리려는 게 아니다. 누구 말이 옳든 진실은 하루속히 밝혀져야 좋다는 생각에서다.

카바 수술법은 1997년 개발됐다고 한다. 이후 2004년부터 서울아산병원 임상연구윤리위원회가 수술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이후 만 6년 가까이 수술을 해온 셈이다. 수술 건수도 713건이나 된다. 보건연의 지적이 사실이라면 환자들은 수술 성공 여부를 떠나 가슴을 쓸어내릴 일이다.

이번 보건연의 조사 이전에도 의료계 내부에선 카바 수술법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공개하는 데는 소극적이었다. 공론화된 것은 2008년 11월 흉부외과 의사들이 카바 수술법이 기존 수술법에 비해 안전하지 못하다는 주장을 제기하면서다. 지난달에는 건국대병원 심장내과 교수 두 사람이 카바 수술법의 부작용 사례를 지적한 논문을 유럽 학회지에 게재했다가 해임 통보를 받았다.

이제는 수술법의 안전성을 두고 왈가왈부할 때가 아니다. 수술을 받는 것은 환자다. 환자 입장에선 목숨을 거는 일이다. 속히 논쟁을 끝내야 한다. 특히 송 교수는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카바 수술이 부작용이 없고 성공률이 높은 뛰어난 수술이라면 그것을 증명하면 그만이다. 과정이야 어쨌건 지금까지 700명이 넘는 환자를 수술했다면 그 결과를 가지고 논문을 쓸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공개하지 않은 것이 이상할 정도다. 필요하면 환자의 수술 결과도 익명을 전제로 공개해야 한다.

인공심장판막회사의 로비를 받은 의사들이 의도를 깔고 비판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좋지 않다. 송 교수는 카바 수술을 할 때 쓰는 링을 생산하는 ‘사이언스시티’ 대주주가 아닌가. 얼마 전에 만난 한 의사는 “수술 부작용을 알더라도 병원은 덮으려 하고 의사들은 ‘같은 의사끼리 뭘’ 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했다. 수년간 계속된 논란이 의사 사회 내부에서만 맴돌았던 이유다. 의학은 인간 생명을 다루는 과학이다. 동료보다는 환자가 먼저다.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어떤 신의료기술이라도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시술해선 안 된다.

사회 에디터 mod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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