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포인트 레슨] 집 팔고 새집 옮기기엔 주택시장 침체기가 유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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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그렇다면 최근 주택시장 여건은 1주택자가 집을 옮기는 데 유리한 것일까. 일반적으로 시장 침체기는 거래량이 줄고 가격이 떨어져 팔기는 어렵고 사는 건 쉽다. 활황기는 그 반대다. 또 시장 침체기는 인기 지역과 비인기 지역의 가격 차가 좁혀지고 활황기는 그 격차가 늘어난다. 활황기일수록 인기 지역으로 몰리는 수요가 많다. 대개 1주택자는 내 집이 팔려야 옮길 수 있기 때문에 활황기가 더 적기라고 말할 수 있을는지 모른다. 하지만 사실은 거꾸로다. 침체기가 집 팔고 옮기기에 더 유리한 환경인 것이다. 집을 옮기려는 사람은 대부분 비싼 값에 집을 팔고 싼 값에 새집을 구입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이건 욕심일 뿐이다. 현실에서 이런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활황기가 되면 내가 살고 있는 집의 가격이 오르는 폭보다 내가 옮기고 싶은 지역의 집값이 더 빨리, 더 높게 뛰기 마련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은 가격은 크게 떨어지지 않았지만 주택거래 건수가 줄고 매수세가 꼬리를 감추면서 집을 내놓아도 도통 팔리지 않는 전형적인 침체기다. 무주택자들이 움직여줘야 거래가 살아날 텐데, 보금자리주택 분양이 줄줄이 예정돼 있어 이 역시 쉽지 않다. 앞으로 위례신도시 등지의 보금자리주택 분양이 일단락되면 본격적인 집 옮기기 수요가 나타날 수 있다. 그전에 침체기를 이용해 내 집 옮기기에 나서보는 건 어떨까. 욕심을 버리고 눈높이를 낮춰 시장 침체기에 약간 싼값에 집을 팔고 새집에 입성하는 것이 바람직한 전략이다.

곽창석 나비에셋㈜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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