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세계 말더듬의 날' 맞은 신대선 말더듬협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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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더듬은 팔다리가 불편한 것 못지 않게 힘겨운 장애입니다. 평생 열등감과 우울증.대인기피증에 시달리기 십상이지요."

23일은 국제말더듬협회가 정한 제7회 '세계 말더듬의 날'. 이날 오후 서울 이화여대 법학관에서 열리는 워크숍을 준비 중인 신대선 한국말더듬협회(www.stutter.or.kr) 회장은 "말더듬을 가진 이들의 고통을 널리 알리고 부모들에게 조기 발견 및 치료의 중요성을 깨우쳐 주고 싶다"고 했다.

학문적으론 '유창성 장애'라 불리는 말더듬은 신체적.심리적 요인 등에 의해 말을 자연스럽게 구사하지 못하는 증상을 말한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세계적으로 인구의 1%가량이 말더듬을 겪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말더듬협회에만 1000여명의 회원이 소속돼 있는데, 여자보다는 남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20대에서 40대까지 회원의 연령층은 다양해요. '안'을 20번쯤 되풀이해야 '안녕하세요'란 말을 할 수 있는 분부터 말을 꺼내기 전 '어''저'를 꼭 붙여야 하는 분까지 증세도 천차만별이죠. 하지만 다들 말더듬 때문에 속앓이를 하며 살아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어요."

30대 초반인 신 회장 역시 어린 시절부터 말더듬 때문에 말로 다 못할 고통을 받았다. "대여섯살 무렵 동네의 한 술주정뱅이 아저씨가 어린애들과 눈이 마주치면 인사하라고 윽박질렀어요. 입이 안 떨어지는 바람에 저는 늘 붙잡혀 혼이 났지요. 어찌나 억울했는지…."

학창 시절엔 선생님이 발표를 시키면 어떻게 할까, 친구들의 놀림을 받지는 않을까 숨죽여 지냈다. 직장(귀금속 수출업체)에 들어간 뒤에도 동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등 어려움은 계속됐다. 그러다 서른에 접어들며 신 회장은 "더 이상 이렇게 살 순 없다"며 모진 결심을 하고 말더듬 치료에 나섰다.

"말더듬을 고치려면 자신감을 회복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매일 출퇴근길에 지하철 차량의 통로에서 '저는 말을 더듬는 사람인데 창피한 마음을 무릅쓰고 나왔다'며 3분 스피치를 하는 등 피나는 노력을 했죠. 이제 90%쯤은 고친 것 같아요."

일찌감치 결혼해 아이 셋을 두고 있다는 그는 "아이들은 말을 더듬지 않아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고 말했다.

글=신예리 기자, 사진=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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