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대편 일본까지 1.2m 쓰나미 … 집·자동차 잠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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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강진과 함께 발생한 쓰나미가 28일 지구 반대편인 일본과 러시아 극동지역 해안까지 밀려왔다. 칠레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 쓰나미가 하와이를 거쳐 태평양을 횡단한 것이다. 일본에서는 1m20㎝ 높이의 쓰나미가 관찰됐다. 일본·러시아·필리핀 등 태평양 연안 국가들은 쓰나미 경보와 함께 해안 지대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하지만 이렇다 할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28일 이른 아침 총리실에 쓰나미 비상대책실을 설치하고 태평양 연안 지방에 대형 쓰나미 경보를 발령했다. 대형 쓰나미 경보는 1993년 홋카이도 강진 이후 17년 만이다. NHK방송은 태평양 연안의 아오모리(靑森)·이와테(岩手)·미야기(宮城) 3개 현을 중심으로 25만 가구에 대피령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칠레발 쓰나미는 이날 오후 1시쯤부터 일본 열도에 상륙했다. 태평양 연안인 이와테현 구지(久慈)시에서는 파고 1m20㎝의 쓰나미가 발생한 데 이어 미야기현 센다이(仙臺)항에서 90㎝ 높이의 쓰나미가 잇따라 밀려왔다. 일부 지방에선 해안선을 넘어 온 바닷물에 집과 자동차가 침수되기도 했지만 인명 피해는 없었다. 당초 일본 기상청은 파고 3m 의 쓰나미가 밀려올 것으로 예상했다. 이날 쓰나미 경보에 따라 홋카이도와 시코쿠 및 도쿄 인근의 도카이도 선 등 바다와 인접한 철도 노선은 오전부터 운행이 중단됐다. 오키나와에서 열릴 예정이던 프로야구 시범 경기도 취소됐다.

러시아도 오전 태평양 연안 극동 지역에 쓰나미 경보와 함께 대피령을 내렸다가 오후 들어 높이 80㎝ 의 파고가 지나간 뒤 경보를 해제했다. 캄차카 반도와 쿠릴 열도에서는 수산물 가공 공장과 항구의 주민들이 고지대로 대피했다. 필리핀에서도 쓰나미 경보가 발령돼 민다나오 섬 동부 해안 지대의 주민 1만여 명이 안전한 지역으로 대피했다. 알베이 주 당국은 해안 지대에 거주하는 4만7000여 가구에 대해 해안에서 5㎞ 이상 떨어진 곳으로 이동하라고 공지했다.

◆한반도에는 영향 없어=한반도에서는 쓰나미의 영향이 관측되지 않았다. 제주도와 남해안 관측소에서는 바닷물 수위가 평소와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이덕기 기상청 지진정책과장은 “지진해일(쓰나미)이 태평양의 먼 거리를 지나온 데다, 한반도 남해안은 수심이 얕아 에너지가 급속히 감소하면서 영향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특히 지진해일이 한반도에서 볼 때 남동쪽에서 접근하는 상황에서 일본 열도가 방파제 역할을 해 한반도는 지진해일에 직접 노출이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서울=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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