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 남발 태국 탁신총리 망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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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농가부채 상환 3년간 유예, 전국 7만개 마을에 1백만바트(약 2만3천달러)씩 제공 등 빈곤층을 주로 공략하는 선거공약으로 선거에서 압승해 태국 총리에 오른 타이락타이당의 탁신 시나와트라가 고민에 빠졌다.

공약(空約)성 공약(公約)을 남발해 총리가 됐지만 사실상 약속을 지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태국 빈곤층은 탁신의 총리 취임식이 열리기도 전인 지난 9일부터 병원을 에워싸고 선거공약인 무상 의료정책 시행을 요구했으며 농민들은 부채 상환을 거부하고 있다.

빈곤층뿐만 아니라 1997년 아시아 경제위기로 큰 타격을 받았던 사업가들도 탁신에게 손을 벌리고 있다.

탁신이 총선 당시 자산관리회사를 설립해 부실 은행대출 1백20억달러를 공적자금으로 흡수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국민들이 탁신의 공약에 들뜨게 되자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탁신의 공약 이행은 국가 재정을 좀먹게 만들 뿐 아니라 지난 몇년 동안 고통스럽게 추진해 온 개혁도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는 경고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경제학자들은 기분좋은 선거약속이 태국 경제를 망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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