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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포커스] 홍콩 + 선전 경제통합 가속 … 뉴욕·도쿄 맞먹는 규모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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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고층 건물이 즐비한 선전시 중심부. ‘주장삼각주 메가 클러스터’ 계획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면서 선전과 홍콩의 인적·경제적 통합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중앙포토]

#1. 19일 오후 7시 중국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세관에서 택시로 20분 거리에 있는 러위안루(樂園路)·샹시춘(向西村)의 해산물 식당 거리. ‘화청위강(華城魚港)’이란 간판이 걸린 곳엔 30여 명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이 일대에서 손님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매니저 위안톈러(袁田樂)는“주말만 되면 이웃 홍콩에서 300~400명씩 손님이 몰려온다”며 “고급 메뉴인 대게·왕새우 요리가 인기”라고 소개했다. 그는 “4인 가족이 오면 평균 500위안(약 8만5000원)씩 쓰는데 홍콩에선 이 가격에 이런 메뉴를 맛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1200명을 수용하는 ‘성지윈딩(勝記雲頂)’도 홍콩 식객들이 꼽는 명소다. 영업 매니저 장스훙(張世紅)은 “1000여 명의 손님 가운데 평균 35~40%가 홍콩에서 온 사람들”이라며 “올 들어 경기가 좋아지면서 지난해에 비해 홍콩 손님이 20% 늘었다”고 소개했다. 건물 주차장엔 선전과 홍콩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번호판 두 개를 단 차량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2. 홍콩의 주말 쇼핑가도 선전을 비롯한 광둥성에서 온 구매단이 ‘점령’한다. 카우룽의 침사추이와 홍콩섬의 센트럴·코즈웨이베이의 쇼핑몰 앞에 주차한 전세버스에서 여행가방을 끄는 쇼핑객들이 쏟아져 나온다. 선전 등지에서 온 구매단이다. 이들은 한 쇼핑몰을 지하에서부터 고층까지 훑으며 쇼핑에 열을 올린다. 선전에서 온 주부 천징원(陳靜雯)은 “가짜 분유 파동 때문에 애들 먹이는 식료품은 홍콩에 와서 산다”며 “주변 친구들은 진품을 살 수 있다는 믿음 때문에 세일 기간에 홍콩에서 명품 브랜드 핸드백을 사곤 한다”고 말했다.

홍콩과 중국 선전이 정치적으로는 ‘일국양제(一國兩制)’를 유지하고 있지만 두 도시의 생활·경제적 경계는 급속히 허물어지고 있다. 특히 2008년 12월 ‘주장(珠江)삼각주 메가 클러스터’ 계획 발표 이후 홍콩·선전의 인적·경제적 통합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경제통합은 돈과 사람이 원활히 이동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면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지난해 홍콩특구정부는 선전 주민 260여 만 명에게 복수비자를 발급했다. 선전에 거주증명 없이 체류하고 있는 700만 명도 단기비자로 홍콩을 드나들 수 있도록 조치했다. 홍콩 시민들은 시민증(ID 카드)만으로 선전을 왕래할 수 있다. 주말마다 30만 명이 선전으로 넘어간다고 한다.

주말 선전의 호텔들은 홍콩인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5성급 호텔인 갤럭시 리츠칼튼의 주말 손님 중 40%가 홍콩인이라고 호텔 측은 전했다. 홍콩과 선전에서 여성용 구두 매장을 운영하는 왈리 궈(郭)는 “먹고 쉬는분야는 선전이 확실히 저렴하다”고 말했다.

선전의 매장 운영비·인건비가 홍콩에 비해 낮아 수입 중가 브랜드의 경우 선전에서 사는 게 15~25% 정도 저렴하다고 한다.

주말 홍콩의 명품매장엔 중국인들이 너무 몰려서 오히려 탈이다. 매장 분위기가 흐려질 것을 우려해 선을 쳐놓고 입장객을 제한하는 곳도 있다. 이 때문에 먼저 들어간 손님이 나올 때까지 순서를 기다리는 쇼핑객들이 길게 장사진을 서는 진풍경이 주말마다 되풀이된다. 홍콩 일간 영자지 사우스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줄달음치는 경제발전으로 주머니가 두둑해진 데다 위안화 강세로 홍콩에서 쇼핑하는 데 부담이 크게 준 것도 선전·광둥성 사람들의 홍콩 러시를 부추기고 있다”고 전했다.

두 도시는 올해부터 돈의 흐름이 더욱 빨라지도록 금융·교통 시스템을 통합·확충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우선 교통·소액결제 수단으로 쓰이는 스마트카드를 통합한다. 홍콩 지하철 카드를 선전 지하철에서도 그대로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카드가 통용되면 주장삼각지 지역의 경제통합 과정이 또 한번 크게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무역 거래에 한해 위안화 결제가 허용된 두 도시는 올해 중국 화폐 결제 범위를 더 넓힌다. 선전의 여행·운수·법률자문 기업들도 중국 감독기관의 심의를 거치면 홍콩 기업과 거래할 때 위안화를 결제 통화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두 지역 경제가 통합되면 인구 1600만 명에 연간 국내총생산(GDP)이 3300억 달러(2009년)인 중국 최대 경제 도시가 탄생하게 된다. 두 도시 간 거리는 60여㎞로 하루 유동인구는 평일에도 10여 만 명에 달한다. 중국 정부는 2011년까지 선전 바오안공항과 홍콩 첵랍콕공항을 17분 만에 연결하는 고속철도를 건설해 경제통합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이광희 KOTRA 홍콩센터장은 “홍콩과 선전이 묶이면 뉴욕·도쿄에 버금가는 거대 도시경제권으로 탈바꿈한다”며 “아시아 경제의 핵심 성장축이 될 홍콩 클러스터 시대에 빨리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콩·선전=정용환 특파원

◆주장(珠江)삼각주 메가 클러스터= 중국 광둥성과 홍콩·마카오 3개 지역을 단일 경제권으로 연결하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경제 규모는 8000억 달러에 달한다. 중국 정부는 중국 최대 금융·제조업 중심지인 이 지역을 홍콩∼선전,광저우∼포산, 마카오∼주하이 등 3개 권역으로 세분해 개발한 뒤 각 권역을 1시간 이내에 연결한다는 구상을 세워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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