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읽기 BOOK] 참을 수 없는 과식의 욕망 뒤엔 식품회사의 탐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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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과식의 종말
데이비드 A 케슬러 지음
이순영 옮김
문예출판사, 350쪽, 1만5000원

“나는 계속해서 먹어요. 배고플 때도 먹고 배가 고프지 않을 때도 먹어요. 기쁠 때도 먹고 슬플 때도 먹죠. 밤에도 먹어요.”

미국의 인기 TV 프로그램 ‘오프라 윈프리쇼’에 나온 여성 방청객인 사라의 말이다. 심리학자가 그녀에게 자신에 대해 어떻게 느끼느냐고 묻자 사라는 “의지력이 없는 자신에게 좌절감과 분노를 느낀다”고 털어놨다.

미 식품의약국(FDA) 국장과 예일대 의대 학장을 지은이가 과식과 비만의 악순환을 탐구한 이유다. 자신도 사라와 다르지 않다고 말하는 그는 자신의 결심이 쉽게 무너진 이유를 알고 싶었단다.

그는 과식을 조장하는 식품과의 전쟁은 자신과의 싸움인 동시에 식품회사와의 싸움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음식을 자꾸 먹게 만드는 ‘감칠 맛’의 주범은 설탕·지방·소금인데. 식품회사야말로 감칠 맛에 대한 조건반사적인 과식의 공식을 꿰뚫고,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당분, 고지방, 고염분’을 무기로 자극을 주면서, 강력한 마케팅으로 소비자를 사로잡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치킨 텐더는 소금과 설탕과 지방의 혼합이고, 스타벅스의 화이트 초컬릿 모카 프라푸치노는 설탕과 지방의 소금의 혼합물을 섞은 커피에 불과한데도 브랜드를 ‘행복’ 을 연상시키는 이미지로 포장해 소비자의 갈망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책은 감칠맛이 어떻게 우리 두뇌에 쾌감 체계를 구성하고, 식품판매자가 소비자들의 인식부족을 어떻게 활용해 소비자를 현혹하는지 설명한다. 과식을 극복하는 실천방안부터 식품에 왜 성분 분석표를 붙여야 하고, 마케팅을 규제해야 하는지 등을 깐깐하게 지적했는데, 감칠 맛 나게 쓰여진 글 덕분에 책장은 술술 넘어간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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