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리뷰] '영성지능 SQ'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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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우리의 마음은 도대체 어디서 생겨나는 것일까. 사람들은 왜 선과 악의 문제로 씨름하고, 실현되지 않은 가능성에 좌절하지 않은 채 꿈을 꾸며 또 다른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는가.

뇌 신경세포의 순차적 논리전개 기능인 IQ, 병렬적으로 연결돼 있으면서 정서적 반응을 주도하는 EQ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다.

심리학자와 정신과 의사가 공처한 『영성지능 SQ』는 사람의 '마음' 과 '의식' , 좌절과 번민의 진흙탕 속에서도 꿈을 그려 나가는 인간의 속성을 서구에서 그동안 선보인 뇌과학.심리학 등의 여러 성과 등을 종합해 추적한다.

책은 우선 사람의 뇌기능에는 IQ.EQ와 더불어 인간의 영성(靈性)을 주재하는 SQ(Spiritual Quotient)가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그 근거는 자기.전자파 검사를 통해 뇌의 전영역에 걸쳐 나타나는 '40Hz의 주파수' . 이 미묘한 주파수는 사람이 혼수상태에 빠지거나 마취상태에 들어가 있을 때는 생기지 않는다.

대신 사물을 인지하고 이를 사고할 때, 꿈을 꾸거나 꿈 속에서의 '활동' 을 좇아 안구(眼球)가 빠른 운동을 하는 '렘' 의 상태에 있을 때 골고루 나타난다. 꿈을 꾸고 있는 뇌는 이성적 사고(IQ)와 근육활동(EQ)으로부터 분리돼 있는 상태다.

하지만 깨어 있을 때의 뇌에서 나타나는 40Hz의 주파수가 꿈을 꿀 때도 생겨난다는 점은 뇌에 또 다른 기능적 실체가 있다는 것를 의미한다.

즉 사람의 '마음' 이라는 것은 감각 경험의 단순한 부산물이 아니라 '뇌의 본질적인 상태' 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마음' 과 '의식' 의 근원에 대한 저자의 모색은 좀 거칠다.

저자들은 뇌 속 신경조직인 뉴런의 원형의식(조합되기 전의 '前의식 상태' )이 통합되는 상황을 그 가능성으로 예시한다.

특히 책에서는 인간의 생명이 우주와 함께 진화해 온 점을 설명하면서 '의식' 은 우주에 근거를 두고 있다고 역설한다.

즉 사람의 영적인 지능의 중심엔 '우주의 기억' 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 따라서 사람은 이를 통해 '나' 아닌 다른 생명체, 나아가 신(神)과 종교에 관심을 두게 된다는 것이다.

책의 후반부는 이같은 결론을 토대로 심리학적으로 SQ가 어떻게 검증되고 개발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을 소개한다.

서구 뇌과학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의식의 영역은 아직 결론을 쉽게 내릴 수 없는 상태. 책이 '40Hz' 의 영역에서 IQ.EQ가 분절적인 기능을 수행한 뒤 어떻게 SQ에 통합되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빠뜨리고 있는 점은 그래서 더욱 아쉽다.

하지만 '자아 중심' 일변도의 서구문명에 대한 비판적 시각, 불교를 중심으로 한 동양적 사유 등에 첨단 뇌과학의 성과를 덧붙여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 점은 매우 새롭다.

유광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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