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른 코냑 느끼려면 얼음이나 주스 섞어보세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5면

“위스키와 소주 일색이던 동아시아 주류 시장이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올해 한국 코냑 시장은 지난해보다 20% 이상 성장할 것입니다.”

코냑 브랜드 레미 마르탱(Remy Martin)의 아시아·태평양 담당 문고 길리스트(48·사진) 총괄이사가 이달 초 내한했다. 레미 마르탱은 세계 VSOP(very special old pale의 약자로 18~25년 이상 숙성한 코냑이나 브랜디의 최상급 제품) 코냑 시장 1위 브랜드다.

그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여성과 젊은 층 같은 새로운 수요자가 주류 시장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며 “이들은 소주나 위스키 외에 코냑이나 샴페인 같은 새로운 술도 거부감 없이 즐기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선 15년 전만 해도 20도 이상 고도주 시장의 90%를 소주가 차지했지만, 이제는 코냑이나 위스키 등 다른 주종의 비율이 40% 가까이 된다. 최근 우리나라도 골드미스 등을 중심으로 레미 마르탱 XO 등 프리미엄급 코냑을 찾는 이가 늘고 있다.

그는 당분간 한국 시장에서 코냑 알리기에 주력할 계획이다. 2009년 말부터 주요 상장사 임직원, 금융권 간부 등을 대상으로 열 차례 넘게 진행해 온 코냑 리더십 클래스는 이 같은 노력의 한 예다. 강연에선 코냑의 유래와 종류, 또 음용법 등을 설명한다.

길리스트 이사는 “코냑은 와인을 담은 오크통을 기준으로 주세를 매겼던 중세 프랑스에서 세금을 줄이기 위해 와인을 한 번 더 증류해 만든 브랜디의 일종”이라며 “와인을 증류하면 원래 양의 9분의 1로 줄어드는 만큼 코냑은 가장 비싼 술 중 하나로 꼽힌다”고 말했다.

코냑의 저변이 넓어지면서 마시는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그는 “코냑잔을 감싸 쥐어 손의 온도로 따뜻하게 덥혀 마시는 게 정석이지만 최근에는 코냑에 오렌지 주스를 타거나(사이드카), 온더록스를 만들어 많이 마신다”며 “코냑은 격식 없이 마시면 되는 만큼 좋아하는 스타일대로 마시면 된다”고 덧붙였다. 길리스트 이사는 아시아와 깊은 인연을 맺어왔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대학원(경제학 석사)을 졸업한 이후 20년 넘게 일본과 싱가포르 등에서 마케팅 전문가로 일했다. 스코틀랜드에서 조선소를 운영하던 그의 아버지는 1980년대 초 현대중공업과 합작으로 40여 척의 배를 만들어 아랍권에 수출하기도 했다.

이수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