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출구전략에 나설 때 아니다 각국 금리 인상은 내년 초에나 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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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출구전략은 시기상조다. 기준금리 인상은 2011년에나 시작돼야 한다.”

일본의 옛 대장성 재무관 출신인 사카키바라 에이스케(榊原英資·사진) 와세다대 교수의 말이다. 그는 세계 경기회복에 대해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미국의 더블딥(이중침체) 우려가 여전한 데다 유럽도 걱정스러운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한국 기업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매우 성공적으로 해왔다”며 비교적 후한 평가를 내렸다. 그는 금융위기 과정에서 한국 기업이 선전한 것에 대해 “한국 기업들의 남다른 역동성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현직 시절 ‘미스터 엔’으로 불리며 국제 금융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그는 리먼브러더스 파산 1년 전부터 글로벌 금융위기 가능성을 경고했다. 24일 ‘글로벌 코리아 2010’ 참석차 한국에 온 그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만났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재할인율을 인상했다. 출구전략 시작의 신호탄인가.

“지금은 출구전략에 나설 때가 아니다. 미 연준도 재할인율 인상이 출구전략의 시작을 의미하진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그게 맞다. 금융위기 때의 비정상적인 조치를 정상화하는 노력은 필요하지만 출구전략과는 다르다. 각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시작될 것으로 본다. 나는 올해가 아닌 2011년에 시작하는 게 낫다고 본다. 유럽을 봐라. 상황이 아직 그다지 좋지 않다.”

-남유럽의 재정위기가 더 큰 위기로 번질 거라고 보나.

“아직까진 심각한 위기 상황은 오지 않았다. 그리스의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12.7%라고 하는데, 미국과 영국도 10% 수준이다. 숫자 자체는 놀랍지 않다. 문제는 유럽이 EU(유럽연합)라는 하나의 공동체로 묶여 있다는 점이다. 유럽 자체에서 그리스의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할 거라 믿지만, 다른 유럽 국가로 확대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특히 발틱해 연안의 국가들(라트비아·리투아니아·에스토니아)로 번질 수 있다. 이 지역을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

-리콜 사태로 도요타가 위기를 맞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솔직히 분석하기 어려운 이슈다. 가장 큰 요인은 ‘경영의 부재’가 아닐까 생각한다. 전반적으로 경영, 생산과 관련된 문제 때문에 도요타가 오늘날 이런 어려움에 봉착한 거라고 본다. 하지만 이를 일본 제조업의 위기로 확대 해석하는 데는 동의하지 않는다. 일본 제조업은 아직도 충분히 높은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고 기술력도 갖고 있다. 도요타 문제는 선진국의 자동차 소비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동차 산업의 문제 중 하나라고 본다 .”

-하지만 현대차는 지난해 오히려 미국 시장 점유율을 높이지 않았나.

“현대차를 비롯한 LG·삼성 등 한국 기업은 금융위기 때 잘해왔다. 환율이 한 가지 이유일 수 있지만 그보다는 해외 마케팅에서 상당히 공격적으로 해온 덕분이다. 인도에 자주 가는데, 인도 가전제품의 60%는 한국 브랜드가 차지한다. 반면 일본 기업은 찾아볼 수가 없다. 한국은 내수시장이 작다 보니 일찌감치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집중해왔다 .”

-10~20년을 내다본다면 가장 성장 잠재력이 큰 나라는 어디인가.

“당연히 인도다. 중국도 앞으로 10년간 매년 8~9%의 고성장을 이어가겠지만 2020~2030년 사이에 인도가 중국을 따라잡을 거다. 한 자녀 정책으로 인구가 감소하게 되는 중국과 달리 인도는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의 부상으로 싱가포르·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같은 동남아 국가가 수혜를 볼 거다. 한국도 적극적으로 인도시장에 진출해 있어 수혜를 기대할 만하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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