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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 원로들 어떻게 지내십니까] 5. 영화·연극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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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전성기는 지나갔어도 영화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는다' . 신상옥(81).최은희(75)부부에게 그대로 들어맞는 말이다.

미국 생활을 마치고 지난해 국내 활동을 재개한 이들 부부는 현재 로스앤젤레스에 잠시 머무르고 있다.

그들이 올해 안에 설립할 영화학교와 미국 영화전문학교의 교류까지 타진하기 위해서다.

학생교환은 물론 학점교류를 의논하고 있다.

지난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신감독은 후진 양성을 목적으로 영화학교 건립을 준비 중이다.

또 동학혁명을 이끈 전봉준의 삶을 재현한 영화 등 신작 한두편을 직접 연출할 계획이다.

신감독은 연극무대도 꾸밀 작정이다.

최은희씨가 대표로 있는 극단 신협이 올 가을 선보일 '징기스칸' 을 준비하고 있다.

최씨 또한 지난해 서울여성영화제에서 그가 1964년에 감독한 '민며느리' 를 재녹음하는 등 영화 활동을 접지 않고 있다.

최근엔 사군자 등 한국화에 매달리고 있다.

반면 많은 원로 영화인들은 노년을 힘겹게 보내고 있다.

젊은이 위주인 한국 영화계에서 설 자리가 거의 없는 것.

75년 타계한 허장강씨와 함께 60년대 한국영화의 '액션 3거두' 로 불렸던 장동휘(82)씨와 황해(81)씨. 현재 충북 청주의 작은 빌라에서 살고 있는 장씨는 1주일에 한두차례 서울에 들러 배우협회 관계자들과 담소하며 지내고 있다.

비교적 건강이 좋은 장씨와 달리 황씨는 10여년 투병생활을 하고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당뇨병이 심하고 그에 따른 시력감퇴 등으로 바깥 출입을 삼가고 있다.

영화계에 비해 연극계는 원로들의 활동이 활발한 편이다. 올해 89세를 맞는 고설봉씨는 지난해 '맥베드' 의 동네노인 역으로 무대에 서는 등 끊임없이 연기생활을 펴고 있는 연극계 맏형. 보약 한첩 달여먹지 않는다는 그의 건강비결은 하루도 거르지 않는 아침운동이다.

국립극단 지도위원인 장민호(77)씨와 백성희(76)씨, 극작가 이근삼(72)씨는 연간 3~4개 작품으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대표적인 2세대 원로들.

백성희씨는 '솔베이지의 노래-페르퀸트' 에서 오르세역을 25년 만에 연기하는 행운을 얻었다.

"한창 시절 못지않은 연기력에 감동했다" 는 주변 사람들의 평가에 큰 힘을 얻었다는 그는 최근 국립극단이 준비 중인 '공민왕' 팀에 합류했다.

실제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인다는 말에 "큰 배역은 아니지만 젊은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는 것이 생활에 활력이 되는 것 같다" 고 자신만의 건강비결을 알려줬다.

김동원(85)씨와 연출가 이원경(85)씨는 일선에서는 물러났지만 여전히 정정한 삶을 누리고 있다.

94년 '이성계의 부동산' 이라는 작품으로 은퇴공연을 한 김씨는 "몇차례 출연 섭외가 있긴 했지만 대중의 뇌리에 '영원한 햄릿' 으로 남고 싶다" 고 말했다.

요즘은 영화관.극장을 부지런히 찾아 후배들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되도록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자' 는 생활신조를 갖고 있는 이원경씨의 경우 용인에서 혼자 생활하며 저술활동에 몰두하고 있다.

97년부터 연극연출론.희곡집 등 2년마다 한권씩 책을 쓴 이씨는 "이번 '화술론' 을 완성해 후배들에게 연극이 무엇인지, 무엇 때문에 연극을 하는 것인지를 알려주고 싶다" 는 생각이다.

박정호.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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