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 급가속” 피해자 눈물로 증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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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뉴욕 타임스(NYT)는 24일 진행될 도요다 아키오(53) 도요타 본사 사장의 증언 태도와 추가 리콜 발생 여부가 도요타 사태의 추이를 결정짓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피해자가 분위기 주도=남편과 함께 출석한 중년의 론다 스미스는 울먹이며 “2006년 (도요타가 생산한) 렉서스 차량을 몰고 테네시주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갑자기 차 속도가 시속 160㎞ 이상으로 올라갔다. 거의 10㎞를 간 뒤에야 속도를 줄일 수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도요타는 탐욕에 대해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의원들도 일제히 도요타 비판에 나섰다. 도나 크리스텐슨(민주) 의원은 “나는 도요타 모델인 솔라라를 몰고 있고, 두 딸과 손자들도 도요타와 렉서스 차량을 갖고 있다”며 “운전을 할 때마다 걱정이 되며, 다른 가족들도 안심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헨리 왁스먼(민주) 위원장도 “도요타는 고객을 실망시켰고, 정부는 책임을 등한시했다”며 보다 철저한 조사를 요구했다.

◆사과 또 사과=도요다 아키오 사장은 하루 앞서 배포한 진술서에서 “우리는 사람과 조직을 발전시킬 수 있는 속도 이상으로 성장을 추구했다”며 “그것이 안전 문제로 귀결된 점을 유감으로 생각하며, 사고를 경험한 도요타 운전자들에게 너무도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어 “도요타의 우선순위는 첫 번째가 안전, 두 번째는 품질, 세 번째는 외형이었다”며 “그러나 우선순위가 혼선을 빚으면서 기본 자세가 상당히 약화됐다”고 자책했다. 짐 렌츠 북미 사장도 청문회에서 “심각한 일련의 안전 문제에 대한 대응이 너무 늦었다”며 “실수들을 인정하고 사과를 드린다”고 답변했다.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 도요타자동차 사장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도요타 차량 대량 리콜 사태 청문회에 출석하기위해 의사당 복도를 걷고 있다. 오른쪽은 대럴 이사 미 하원 감독·정부개혁위원회 소속 의원. 도요다 사장은 청문회에서 “사람과 조직을 발전시킬 수 있는 속도 이상으로 성장을 추구했다”고 시인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전자장치 결함 설전=렌츠 사장은 “가속 페달과 매트 교체 조치로 안전문제가 해결됐다”며 “이런 수리로 도요타차는 거리에 다니는 차량 중 가장 안전한 차에 포함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의원들은 급발진 원인이 전자제어장치(ETCS)의 결함 때문일 수 있다고 주장해 논란이 벌어졌다.

청문회를 주관한 바트 스투팩 감독·조사 소위원장은 “도요타가 ETCS를 완벽하게 조사했다고 주장하는 등 미국 시민을 오도했다”고 말했다. 이에 렌츠 사장은 “우리 자동차의 ETCS에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확신한다” 고 반박했다.

◆“마녀사냥 안 돼” 주장도=조 바튼(공화) 의원은 “이번 문제와 관련해 성급한 판단을 내리기 전에 모든 당사자의 주장을 들을 필요가 있다”며 “우리가 마녀사냥에 나서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미국 내 도요타자동차 딜러 150여 명도 이날 워싱턴DC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 정부가 도요타를 불공정하게 대우하고 있다”며 “지난해 다른 자동차 메이커들에서도 수십 건의 리콜 조치가 있었는데, 유독 도요타만을 괴롭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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