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가을만 오면 쓸쓸해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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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가을이 깊어가면 기분도 가라앉는 경우가 많다. 거리에 떨어져 쌓여 있는 낙엽만 봐도 왠지 쓸쓸함을 느끼게 된다. 이른바 가을을 타는 것이다.

가을부터 겨울 내내 우울한 기분에 빠져 있다 봄이 오면 기분이 되살아나는 정서의 주기성은 오랫동안 관찰돼온 현상이다. 이런 정서의 변화는 인체 내면의 주기를 관장하는 생체시계 때문에 일어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이다.

생체시계는 인체의 하루 주기를 조절하는 보이지 않는 시계다. 대뇌의 깊은 곳에 있으며, 신경세포가 모여 있다. 수백억개의 세포를 동일 리듬에 맞춰 활동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보통 생체시계는 25시간 주기로 움직이지만 반복되는 빛과 어둠에 의해 하루 24시간으로 교정된다. 생체시계는 한 사람의 인체뿐 아니라 옆 사람 또는 옆 동물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수많은 반딧불이의 깜박이는 주기가 어느 순간 동일하게 된다든가, 같은 작업장에서 모여 일하는 여성의 월경 주기가 비슷해지는 것 등이 그 예다.

생체시계는 일조량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일조량의 변화에 맞춰 시계도 조정이 되는 것이다. 그때 하루 주기에 영향을 미치는 멜라토닌과 같은 호르몬의 분비에도 변화가 생긴다. 멜라토닌은 밤에 많이 분비되는데 밤이 길어지면서 그 양이 과다하게 만들어져 생체 리듬이 흔들리고, 우울증상 등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즉, 가을을 타는 것은 계절의 변화가 우울증상을 일으키고, 기분을 가라앉게 만드는 호르몬의 분비를 많게 하기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때문에 계절성 우울증 치료에 굉장히 밝은 전등 불빛을 이용하기도 한다. 인공 빛으로 일조량을 대신해보자는 치료법이다. 실제 이런 치료법은 효과가 입증되고 있기도 하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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