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와 1+’ ‘1A와 1B’.
이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아시나요. 암호 같은 숫자와 기호들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쇠고기와 우유의 품질 등급을 나타낸 것입니다. 흔히 1등급 우유, 1등급 쇠고기라고 부를 뿐 그 숫자와 기호에 담긴 의미까지 정확히 아는 이는 드물답니다. ‘1’이나 ‘A’가 붙으면 좋은 제품일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하는 게 전부지요. 식음료품 등급에 담긴 의미, 지금부터 살펴볼까요. 이수기 기자
쇠고기
마블링 먼저 본 뒤 색·조직감·성숙도 따져 매겨
육질등급을 나누는 데 가장 중요한 기준은 근내 지방도(마블링·Marbling)다. 고기 속 꽃처럼 지방이 촘촘히 퍼져 있는 것을 으뜸으로 친다. 일반적으로 쇠고기는 마블링을 바탕으로 먼저 예비등급을 매기고 여기에 고기색·지방색·조직감·성숙도 등을 따져 1++, 1+, 1, 2, 3등급의 5개 등급으로 나눈다. 마블링이 완벽해 예비등급에서 1++등급을 받았어도 고기색이나 지방색이 나쁘면 등급은 하향 조정된다. 일반적으로 도축되는 소 중 10% 정도만 1++등급을 받는다. 1+등급은 20% 남짓, 1등급은 30% 선이다. 전체 쇠고기 중 60% 정도가 1등급 이상의 판정을 받는 것이다. 롯데와 현대·신세계 같은 주요 백화점에서 설 선물로 내놓은 쇠고기 세트는 대개 1++나 1+등급 쇠고기다.
우유
1ml 당 세균 수 따라 1A ·1B로 … 국내 99%가 1등급
유기농 우유와 일반 우유를 구별하는 기준도 있다. 소비자들은 흔히 ‘유기농으로 키운 소에서 나온 우유’가 유기농 우유라고 생각한다.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유기농 우유로 인정받기 위해선 유기농 농산물 인증기관인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정한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 기준은 사료와 목초지·축사·방목장(운동장) 면적, 인증 유무 등 10가지에 달한다. 우선 유기농 우유를 내는 젖소에게는 당연히 유기농으로 재배된 사료만 제공돼야 한다. 소가 마음껏 풀을 뜯을 수 있도록 소 한 마리당 최소 916㎡(약 278평)의 초지도 갖춰야 한다. 축사 관련 규정도 있다. 유기농 우유로 인정받으려면 젖소 한 마리당 축사 규모가 최소 17.3㎡(5.2평)는 돼야 한다. 여기에 소들이 마음껏 운동할 수 있는 방목장 면적 기준(마리당 34.6㎡ 이상)과 ▶2급수 이상의 생활용수 사용 ▶중금속 토양 오염 우려 기준 만족 ▶치료 시 전담 수의사 처방 등의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일반 우유는 초지나 축사·방목장과 관련한 별도 규정이 없다. 대신 축산법에 따라 마리당 면적이 아닌 전체 축사 면적만 따질 뿐이다. 생활용수나 중금속 관련 규정도 적용받지 않고, 수의사 처방 없이 목장주가 아픈 소에 대해 처방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처럼 조건이 까다롭다 보니 유기농 인증을 받은 목장은 전국 25곳에 불과하다.
여섯 등급의 공통점 ‘고유의 맛·향 있어야’
아이스크림 업계 자체적으로 포장용기의 형태에 따라 제품을 멀티카톤·스틱바·아이스제과·카톤·컵·콘·튜브의 7가지로 나누기도 한다. 멀티카톤은 낱개 단위로 포장되어 있는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이다. 스틱바는 흔히 접할 수 있는 빙과류다. 튜브는 과거 쭈쭈바 형태의 용기에 담겨 있는 제품이다. 유지방 함유 정도에 따라 포장도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유지방 함량이 높을수록 멀티카톤이나 카톤·콘 제품이 많고, 유지방 함량이 낮은 것 중에는 튜브나 컵 제품이 많다.
고추장
해외 겨냥, 업계 스스로 매운 정도 5등급 정해
업계가 자체 기준을 설정해 제품에 등급을 매기는 경우도 있다. 매운맛을 등급화한 고추장이 대표적이다. 해외 시장을 겨냥, 매운맛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도 마음 놓고 고추장을 고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우리나라 고추장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CJ제일제당과 대상은 한국식품연구원과 1년여간의 공동 연구 끝에 매운맛을 5단계로 분류했다. 순한 맛·약간 매운맛·보통 매운맛·매운맛·매우 매운맛의 다섯 단계다. 매운맛을 나타내는 단위로 CJ제일제당은 스코빌을, 대상은 PPM(100만분의 1)을 사용한다. 두 곳 모두 다섯 단계 분류를 사용하지만 사용하는 단위가 다르다. PPM은 고추장에 포함된 매운맛 성분인 캡사이신을 100만분의 1 단위로 표시한 수치며, 스코빌은 제품 총량(㎏)당 포함된 캡사이신 성분의 양에 15를 곱한 수치로 나타낸다.
순한 맛은 매운맛이 부담스러운 외국인을 겨냥해 어린이도 쉽게 먹을 수 있는 수준으로 했다. 떡꼬치나 닭강정 정도의 맵기다. 약간 매운맛은 매운맛에 익숙해지기 시작하는 초등학생이나 청소년 등이 먹을 수 있는 제육볶음이나 오징어볶음 수준이다. 5단계인 매우 매운맛은 매운 음식 매니어들이 좋아하는 화끈한 매운맛이다. 아주 매운 낙지 요리를 생각하면 된다. 대상은 또 고추장 색깔에 따라 별도로 3단계의 ‘색상 기준’을 마련했다. 비빔밥이나 낙지처럼 고추장 베이스의 요리는 색깔에 따라 식감을 자극하는 정도도 다르기 때문에 균일한 색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이를 위해 대상은 미국양념거래협회(American Spice Trading Association)가 정한 붉은색 측정치인 아스타(ASTA) 색상 값을 토대로 ‘14아스타 이상’을 1등급, ‘12~14아스타’를 2등급, ‘12아스타 미만’을 3등급으로 정했다. 1등급이 가장 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