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졸속 추진 땐 마·창·진 통합도 반대” 압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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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하남시의회는 22일 성남·하남·광주 통합시 명칭으로 ‘한성(漢城)시’를 선택했다.

이날 하남시의원 5명은 통합시 명칭에 한성이 가장 적합하다고 의견을 모으고 이를 통합시 추진위원회에도 알렸다. 추진위원회는 23일 통합시의 명칭을 결정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22일 여의도 국회에선 통합시 출범에 제동이 걸렸다. ‘한성시’의 운명도 세종시처럼 혼란스러워지는 양상이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 통합 및 지원 특례법’의 ‘별표 조항’에 성남·하남·광주시를 통합 대상 자치단체로 추가해 국회에 제출했다.

민주당에선 이에 대한 법적 허점을 파고들었다. 현행 지방자치법은 “명칭과 구역을 바꾸거나 지방자치단체를 폐지하거나 설치하거나 나누거나 합칠 때에는 법률로 정한다”(4조1항)고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민주당은 법률이 아닌 별표조항으로 통합시를 출범시키는 것은 지방자치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선 한나라당도 인정했다.

그래서 양당은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성남·하남·광주시와 마산·창원·진해를 분리해서 심의하게 됐다. 민주당은 소위에서 “졸속 통합을 추진하면 마산·창원·진해시 통합까지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한나라당을 압박했고, 한나라당은 결국 창원권 통합안만 처리하는 데 동의했다. 소위 관계자는 “한나라당은 마산·창원·진해시 통합만이라도 건진 것을 다행스러워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성남권 통합안 불발은 하남시가 지역구인 민주당 문학진 의원의 ‘압박’이 크게 작용했다.

문 의원은 이날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성남권 통합안은 행안부의 여론조사 조작, 지방의회의 날치기 의결 등 졸속으로 강행한 것이므로 심각한 문제를 지니고 있다”며 “주민투표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이던 문 의원은 같은 당 김충조 의원과 상임위를 바꾼 뒤 이날 회의에 참석했다.

문 의원은 그동안 의원총회 등에서 “통합시가 출범하면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절대 불리해진다”며 “통합시를 막아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도 “통합시를 막아냈으니 광주시는 몰라도 하남시나 (호화 청사로 물의를 빚은) 성남시는 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문 의원은 ‘선거를 위해 정략적으로 통합을 막았느냐’는 질문에 “정부도 왜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본 틀을 바꾸려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민주당은 성남권 통합안은 사실상 ‘무산’됐다는 입장이다.

행안위 간사인 민주당 강기정 의원은 “사실상 지방선거 전 법 처리는 무산됐다고 봐도 된다”고 말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4월 국회에서 계속 처리를 시도한다는 입장이다.

◆현지 반응=통합추진위원회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추진위는 22일 밤 늦게까지 7월로 예정된 통합시 출범에 맞춰 행정적·재정적 준비작업을 해야 하는지를 놓고 회의를 거듭했다.

추진위 관계자는 “어렵게 추진돼온 3개 시 통합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고 말했다. 성남·광주·하남시도 비상이 걸렸다. 통합 관련 주무부서인 성남시 행정기획국과 광주시 총무국, 하남시 자치행정국 직원들은 통합법안이 처리되지 않고 계류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정확한 뜻을 파악하느라 분주했다.

이대엽 성남시장과 조억동 광주시장, 김황식 하남시장은 한결같이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며 관련 부서에 대책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강민석 기자, 성남=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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