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렛패커드 창업자 윌리엄 휴렛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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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의 중심에 자리잡은 팔로 알토시는 12일(현지 시간)큰 슬픔에 젖었다.

세계적인 컴퓨터.프린터 회사인 휴렛패커드(HP)의 공동 창업자이자 실리콘밸리를 일으킨 윌리엄 휴렛이 사망했기 때문이다. 87세.

그는 1938년 단돈 5백38달러로 스탠퍼드대 동창인 데이비드 패커드(96년 사망)와 함께 팔로 알토시의 한 차고를 빌려 연구소를 차렸다.

여기서 세계 최초로 음성발진기 개발에 성공했다.

두 청년의 성공담이 알려지면서 첨단기술 개발에 매력을 느낀 젊은이들이 이 지역으로 몰려 들어 오늘날의 실리콘밸리를 탄생시켰다.

HP는 창업 첫 해부터 흑자를 낸 뒤 61년 동안 한해도 거르지 않고 이익을 내는 기록을 세웠다.

휴렛은 69년 대표이사 사장이 된 뒤 78년까지 회사를 직접 경영해 왔으며 87년 부회장을 마지막으로 은퇴했다.

서민풍의 셔츠를 즐겨 입었던 그는 인간중시 경영을 앞세운 것으로 유명하다.

70년대 경기침체가 닥쳤을 때에도 직원을 해고하지 않았다.

불필요한 격식은 경멸의 대상이었다. 따라서 그의 회사엔 부하가 상사에게 서류로 보고하는 일도 없었다. 필요하면 상사가 실무자 방을 찾아가 격의없이 대화를 나누면 될 일이었다.

사무실엔 별도로 꾸민 방도, 칸막이도 없었다. 그는 중역회의 때 상석이 아닌 중간자리에 앉기를 즐겼다. 번 돈을 사회에 환원하는 데도 열성이었다.

66년 설립한 휴렛기금에 그가 지금까지 출연한 돈은 35억달러에 달한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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