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금융] 팬아시아은행 양문석 행장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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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대양을 항해할 때는 배가 클수록 효율적입니다. 하지만 암초가 많은 해안에서는 작은 배가 오히려 유리합니다."

팬아시아은행 양문석(65.사진)행장의 독특한 '틈새시장론' 이다. 대형은행의 경쟁력이 미치지 못하는 곳을 찾아 어떻게 장점으로 소화해 내느냐가 관건이라는 설명이다. 서울대를 졸업한 뒤 한국은행과 외환은행 홍콩.뉴욕 사무소 등에서 근무한 梁행장은 74년 미국에 정착, 93년 뉴저지주 포트리에 한국 동포를 주로 상대하는 팬아시아은행을 설립했다.

- 초대형 은행의 본거지인 미국에서 작은 은행이 끼어들 여지가 있나.

"충분하다. 시티나 체이스맨해튼은 포천지 선정 5백대 기업 외에는 거래를 하지 않는다. 들어가는 비용에 비해 수익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중소기업과 이민사회, 개인 대상 영업은 소형은행이 더 잘 할 수 있다. 한국 동포들이 우리 은행 고객의 70%를 차지한다."

- 작은 은행의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리스크 관리다. 예금을 늘리는 것보다 자산관리를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경영진이 소신있게 경영할 수 있는 환경도 빼놓을 수 없다. 우리는 은행장이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을 지고 이사회에서 실적을 평가받는 시스템이 확립돼 있다."

- 작은 은행의 강점을 든다면.

"의사결정이 빠른 것이 가장 큰 강점이다. 시티나 체이스의 경우 대출을 원하는 고객에게 즉석에서 대답하기 어렵다. 본점에 물어봐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실무자나 임원이 결정하지 못하면 은행장이 나서서라도 바로 대답해준다."

- 한국에서 최근 신용금고의 대주주에 대한 불법대출이 사회문제화됐다. 은행 규모가 작으면 특정인의 대출 규모가 늘어날 수 있을텐데.

"은행 내부의 리스크 관리 시스템에 따라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게다가 주(州)은행감독국과 연방 예금보험공사가 1년 반마다 번갈아 철저히 현장감독을 한다. 한번 나오면 6~8주 동안 전체 대출의 3분의 2 가량을 직접 점검한다."

뉴저지〓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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