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이번 주 국채 발행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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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그리스가 일단 자력으로 발등의 불을 끄기로 했다. 이번 주 중 대규모 국채 발행을 통해서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21일 그리스가 이번 주 30억~50억 유로(약 4조7000억~7조8000억원) 규모의 국채를 발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 저널도 그리스가 10년 만기의 국채 50억 유로를 발행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유로화를 공동 통화로 사용하는 유로존 국가들이 그리스에 대한 지원 계획 발표를 다음 달로 미루자 그리스 정부가 직접 자구책을 마련한 것이다. FT는 이를 그리스 정부가 국제 자본시장에서 직접 국가 신용도를 테스트하겠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유로존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지원 쪽으로 굳어졌다. 특히 그리스 지원에 부정적이던 독일 정부도 지원 의사를 표시했다. 독일의 시사주간지인 슈피겔은 20일(현지시간)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의 말을 인용, “유로존 국가들이 그리스에 200억~250억 유로를 공동 지원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슈피겔에 따르면 국가별 부담액은 유럽중앙은행(ECB)에 대한 지분에 따라 결정된다. 독일의 부담액은 40억~50억 유로로 추정된다.

독일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그동안 그리스에 대한 ‘선 재정적자 감축, 후 지원’ 입장에서 한 걸음 물러선 것이다. 독일은 그동안 유로존 채무국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로 그리스 지원을 반대해 왔다. 이 때문에 지난 15~1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로존·유럽연합(EU) 재무장관회의에서도 그리스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 방안은 발표되지 않았다. 3월 중순까지 그리스가 재정적자를 줄일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내놓지 않으면 투표를 통해 그리스에 대한 지원 여부를 다시 판단한다는 계획이었다.

이에 대해 그리스는 ‘선 지원, 후 감축’을 요구해 왔다. 그리스 정부는 이미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12.7% 규모의 재정적자를 올해 8.7%로 감축하는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그리스 내에선 이것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며 긴축에 항의하는 파업이 곳곳에서 벌어져 왔다. 국내에서 유로존의 지원 조건에 대한 반발이 커지자 그리스 정부의 입장은 달라졌다. 스스로 돌파구를 찾아나선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번 주 발행될 그리스 국채에 대한 시장 반응은 그리스의 재정위기 수습에 큰 고비가 될 전망이다. 국채 발행에 대한 반응이 신통치 않으면 그리스 정부는 유로존의 요구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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