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리뷰] '장욱진 카탈로그 레조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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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두툼한 양장본의 외양만 보고는 흔한 도록이겠거니 하고 착각했다.

알고보니 이 신간은 국내에 첫선을 보이는 '입체적인 도록' , 즉 한 작가의 작품별 역사가 유기적으로 담긴 미술사적 정리의 선구적 방식이었다.

책 제목대로 『카탈로그 레조네(Catalogue Raisonn)』란 '분석적 작품 총서' . 다시 말해 한 작가에 대한 비평적 작품목록집에 해당한다.

구체적으로는 이렇다.

『장욱진 카탈로그 레조네』에는 장욱진(1918~90)의 7백21점 유화를 일단 연대별로 분류해 수록했다.

해당 작품 도판 중 하나인 '멍석' 에는 '111-1973-20' 이라는 분류번호가 달려있다. 즉 이것은 장욱진의 1백11번째 작품이고, 73년 제작됐으며 레조네의 분류상 20번째에 해당한다는 뜻이다.

그 밑에는 이 작품이 74년 4월 공간화랑에 내걸린 뒤 모두 세번 출품됐고 개인소장품임을 명기, 작품의 생산과 유통상에 관한 전체 정보를 담고 있다.

이와 함께 작품의 조형적 특징에 관한 짧은 글을 통해 이 작품이 갖는 독립적 의미와 전체 작품 내지 미술사적 전후관계를 요령있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일반인에게는 '해설을 곁들인 감상' 이 가능하며, 전문 연구자들에게는 서지적 정보를 줄 수 있는 양수겸장이 바로 이 책인 셈이다.

따라서 『카탈로그 레조네』는 특정 작가와 관련된 삶과 작품에 관한 총체적 조망이라는 성격을 전제로 한다.

즉 해당 작가에 관한 기초연구가 일단락돼야 비로소 가능한 작업이다. 이번 작업은 마침 '한국적 단순미와 동심의 작가' 장욱진의 10주기에 맞춰 나왔다. 전체 작업은 미술사학자 정영목(서울대)교수가 맡았다.

제작비 5천만원이 들었다는 이번 작업은 앞으로 현대미술의 큰 이름들인 박수근.이중섭.김환기 등에도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 미술계의 지적이다.

부수적으로 작품의 진위여부 판명과 위작(僞作)유통을 막는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국의 경우에도 터너.드라클루와 등 몇몇 작가만이 카탈로그 레조네가 만들어졌을 정도로 이 작업은 까다로운 일로 정평이 나있다.

조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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