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서울 학원이 몰려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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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최근 부산에서 서울 유명학원의 간판을 빌린 프랜차이즈 학원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지역 학원가에 비상이 걸렸다.

그러나 상당수 학생.학부모들은 '서울 학생들과 경쟁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생겼다' 며 반기는 경우가 많다.

◇ 현황〓지난해 가을 종로엠스쿨 11곳이 부산에서 문을 열었다. 서울 종로학원 자회사인 '이루넷' 과 프랜차이즈 계약을 한 곳이다. 영도 등 일부 구를 제외한 대부분의 구에 들어섰다.

대성학원 자회사인 '디지털대성' 이 운영하는 대성엔스쿨도 최근 부산진구 당감동에 문을 열었다. 디지털대성은 앞으로 부산에 10여 곳의 학원을 더 낼 계획으로 알려졌다.

청호그룹 자회사인 '청호에듀케이션' 은 청호틴스쿨(중등부)과 청호나이스쿨(초등부)등 가맹점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청호틴스쿨 한 곳이 문을 열었다. 고려이스쿨.동아스쿨 등도 가맹 학원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들 학원들은 서울 본원 교재를 이용하는 한편 수업 방식도 서울 본원 지침에 따르고 있다.

종로엠스쿨 사상분원 김광웅(金光雄.43)원장은 "전국 유명학원 간판을 달면 학부모.학생들이 일단 믿고 찾는다" 고 말했다.

최근 종로엠스쿨에 등록한 김모(18.J고 2년)군은 "말로만 듣던 서울 일류학원 학생과 똑같이 공부할 수 있어 좋다" 며 "서울학생에 뒤지지 않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고 말했다.

청호틴스쿨 수강생 박모(14.H여중 1년)양은 "부모님이 권해 학원을 옮겼다" 며 "공부 방식이 새로워 의욕이 생기지만 함께 온 친구는 혼란스럽다고 한다" 고 전했다.

◇ 문제점〓 서울 유명학원 진출로 문을 닫는 향토학원이 속출하고 있다. 최근 동래에서만 10년 이상 된 단과학원 10여 곳이 문을 닫았다.

향토학원들은 공동으로 인터넷 교육사이트를 개발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현재 부산에는 종합학원 34곳, 단과학원 1천1백69 곳이 등록돼 있다.

지역의 돈이 서울로 유출된다는 점도 주요 지적사항. 프랜차이즈 학원들은 보통 4천만원 정도의 가맹비와 수강생 1명당 매월 3만원의 회비를 낸다고 한다.

보통 4백~6백 명씩 수강하는 학원에서 월 1억5천만원 정도의 회비를 서울에 보낸다는 계산이다.

한 학원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학원은 학원 교육도 지역 특수성보다 서울에 맞춰 획일화하는 단점이 있다" 고 말했다.

정용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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