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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로 보는 세상] 蜀犬吠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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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촉(蜀)으로 가는 길 어려워라 푸른 하늘 가기보다 더 어려워(蜀道之難難於上靑天), 몸을 돌려 서쪽 보며 긴 한숨을 내쉰다(側身西望長咨嗟).”

당(唐)나라 시선(詩仙) 이백(李白)은 ‘촉도난(蜀道難)’에서 쓰촨(四川) 가는 길의 험준함을 하늘 길에 비유했다. 유비(劉備)의 아지트였던 파촉(巴蜀)은 예부터 산이 높고 안개가 잦아 해가 보이는 날이 드물었다. 어쩌다 날이 맑아 해가 뜨면 개들이 이상히 여겨 짖었다. 초(楚)나라 굴원(屈原)이 “마을 개들이 떼로 짖는 것은 이상하게 보이는 사물에 대해서다(邑犬群吠,吠所怪也)”라 했으니 ‘촉견폐일(蜀犬吠日)’이 예서 나왔다. 식견 좁은 사람이 현인(賢人)의 언행을 의심하는 것을 꼬집을 때 쓰인다. 따뜻한 월(越)나라 개들이 눈을 보고 짖었다는 ‘월견폐설(越犬吠雪)’도 당나라 유종원(柳宗元)의 글에 함께 나온다.

최근 소설가 이문열씨가 인터넷상의 포퓰리즘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인터넷이 이 나라 사람들을 촉나라 개로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몇 사람 앞에서 누군가를 비방하는 것과 수십만 명이 보는 인터넷에서 그러는 것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에 다른 기준이 필요하다”고 인터넷 실명제 강화를 주장했다. 막가는 졸업식 뒤풀이 사진을 보노라면 공감이 가는 말이다.

지난달 말 중국의 한 신문에도 ‘촉견폐일’을 다룬 칼럼이 실렸다. 엑스포를 앞두고 증설된 상하이 지하철 노선도로 ‘머리 둘 달린 용(雙頭火龍圖)’이란 별자리 그림으로 만든 네티즌 작품이 소재였다. 지하철은 대도시의 상징이고 별이 있는 하늘(星空)은 향수(鄕愁)를 불러일으키는데, 심한 대기오염으로 별은 고사하고 태양조차 가리는 대도시의 현실에 액면 그대로 ‘촉견폐일’이 걱정된다는 내용이다.

민생 탐방이 잦은 시인 총리 원자바오도 하늘을 자주 올려보나 보다. “나는 별하늘을 우러러보네, 장엄한 빛이여! 영원히 타오르는 불빛, 내 맘속에 희망의 불꽃이 봄날의 우레 같이 피어나네”라며 2007년 인민일보에 자작시 ‘별하늘을 우러러보며(仰望星空)’를 실었다. 잠시 고개 들어 하늘을 보자. 해를 보고 짖기보다는 이웃나라 총리처럼 시 한 수 읊어보자.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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