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중국 긴축, 망원경 아닌 현미경으로 봐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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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이번 중국의 지준율 0.5%포인트 인상은 설에 풀린 자금의 회수 성격이 짙다. 최대 명절인 춘절에 중국은 7000억 위안(118조원)의 돈을 풀었다. 중국의 예금 총액이 61조 위안임을 감안하면 1월과 이번에 올린 지준율의 통화 환수 효과는 6100억 위안이다.

중국은 금리를 올리면 간단한데 왜 지준율을 자꾸 손대서 세계를 놀라게 할까. 중국은 기본적으로 금리가 잘 먹히는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은 한국과 달리 자금의 주수요자인 대기업이 모두 지방정부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국유기업이다. 지방정부는 고용과 GDP 성장률이 중요하고, 국유기업 사장은 정부가 파견한 공무원이다. 금리나 기업 수익에 상관없이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투자를 계속한다. 그래서 중국은 금리보다 대출 규제 같은 물량 규제의 약효가 더 잘 나타난다.

중국은 지난해 8.7%의 성장을 했지만 그중 투자가 8%로, GDP 기여도는 92%나 된다. 과도하다. 그 배경에는 9.6조 위안(1612조원)의 신규 대출이 있었다. 올해에도 이 같은 추세로 가면 GDP 성장률은 16%를 넘어선다. 중국 정부는 올해 투자 비중을 50%대로 낮추고, 대신 소비 비중을 높일 계획이다. 1월 한 달에 1.4조 위안이 대출되었는데 이는 지난해 연간 대출의 15%다. 그래서 조절에 들어간 것이다. 중국의 긴축이라고 하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과도했던 ‘투자부문의 축소’다.

중국이 언제 금리를 올릴까? 중국의 물가와 실질금리, 실업률, 위안화 문제를 같이 봐야 한다. 중국은 10~11% 성장이면 3~4%의 물가상승은 견딜 만하다고 본다. 하지만 물가가 4%대로 연속 3개월 이상 지속하면 금리인상 가능성이 있다. 중국의 정기예금 금리는 2.25%여서 물가가 3%대를 넘어서면 실질금리가 마이너스가 되기 때문에 금리인상 가능성이 있다. 현재 중국 물가는 1.5%다. 아직 여유가 있다.

중국은 수출기업 도산으로 2000만 명 이상의 농민공 실업자가 있고 주요 산업의 공급 과잉이 심하다. 공식 실업률은 4%대지만 실제로는 2배가 넘는다. 많은 서방 국가가 중국의 금리인상과 위안화 절상을 얘기하지만 중국 내부를 보면 실현 가능성이 낮다. 금리인상은 핫머니 유입과 위안화 절상 압력을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중국은 매년 4000억 달러의 외환 유입으로 통화관리에 골치를 앓고 있다. 2조4000억 달러의 외환보유액에서 환율이 5% 절상되면 1200억 달러가 날아간다. 그보다 더 중국이 두려워하는 것은 수출 마진 5% 이하 기업의 연쇄도산으로 인한 실업 증가다.

미국은 최근 대만에 64억 달러 무기 판매를 결정했다. 위안화 절상 예측이 미국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요구에 대해 중국이 응할 가능성은 없다. 중국은 돈 빌려간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간섭하는 것은 웃기는 일이라는 태도다. 중국은 지금 미국 재무부 증권을 제외한 여타 정부 채권은 계속 줄여가고 있다.

중국은 먼저 금리를 올리면 손해이기 때문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올리면 그때 따라갈 심산이다. 중국은 앞으로 두세 차례 지준율 인상과 창구 지도를 통한 대출 규제로 통화관리를 하고 금리인상은 빨리 할 것 같지 않다. 2분기에 물가상승 압력이 가장 크지만 이 시기만 넘기면 하반기에는 안정화 단계로 갈 가능성이 높다. 만약 2분기에 금리인상이 없으면 연내에 금리인상을 안 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올해부터 내수 중심 성장으로 지난 30년간의 성장전략을 바꾸었다. 중국의 1월 전기 사용량이 40% 증가했고, 설 효과가 있었지만 수입은 85%나 증가했다. 중국은 지난해에 재미를 톡톡히 본 가전·자동차의 내수 확대 정책에 이어 건자재·광대역 통신·전동오토바이까지 정부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지금 한국이 관심을 가질 것은 지준율보다 오히려 중국의 내수 확대다. 중국 내수 확대의 최대 수혜자는 중간재를 공급하는 한국이다. 한국이 중국의 내수 확대의 바람을 잘 타면 10년을 잘 먹고사는 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병서 경희대 겸임교수·중국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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