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제약업계는 리베이트 말고 신약 개발 경쟁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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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보건복지가족부가 의약업계의 만성질환인 ‘리베이트 관행’에 메스를 댔다. 리베이트를 준 쪽과 받은 쪽 모두 형사처벌하고, 자격정지 기간도 1년으로 늘린다는 것이다. 대신 약값을 기준가보다 싸게 구입한 의료기관과 약국에는 그만큼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약값이 전체 의료비의 30%를 차지하고, 리베이트가 결국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온다는 점에서 이번 대책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제약업계는 그동안 제품보다 영업력으로 버텨온 게 사실이다. 신약 개발보다 손쉽게 해외 약을 베껴 ‘카피(copy)’ 제품만 만든 것이다. 그러니 약효도 비슷비슷해 ‘뒷돈’으로 경쟁할 수밖에 없었던 것 아니겠나. 자기네 약을 선택한 사례로 ‘랜딩비’, 처방한 보답으로 리베이트를 건네면서 말이다. 그 규모가 연간 2조18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제약사의 판매관리비가 매출액의 39.2%로 일반제조업의 12%를 크게 웃도는 이유다. 물론 이 비용은 약값에 반영되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올 1월에도 건강보험은 226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여기엔 리베이트로 부풀려진 약값이 반영돼 있을 것이다. 2008년 기준으로 보험의약품 청구액이 10조3036억원이다. 복지부는 리베이트를 줄여 의료기관과 약국이 보험약품을 10%만 싸게 구매해도 환자의 부담금이 연간 3092억원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결국 제약회사와 병원·약국이 짬짜미해 국민의 주머니를 털어 온 셈이다.

이제는 제약업계도 제품으로 경쟁할 때다. 미국 화이자의 고지혈증 치료제 하나가 연 매출 15조2000억원이다. 국내 237개 제약사의 총 매출 11조2000억원보다도 많다. 반면 국내 제약업계의 연구개발비는 매출의 3.6%인 4000억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복지부는 리베이트 규제 대책과 함께 제약업계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도록 지원대책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신약과 연구개발에 획기적인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정부가 신약 개발을 국가의 신성장동력으로 지정했지만, 글로벌 수준의 첨단 신약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