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불가능은 없다’ 보여준 모태범 금메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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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우리 젊은이들에게 이제 더 이상 못 넘을 벽은 없는 모양이다. 어제 스물한 살의 모태범이 우리나라가 겨울올림픽에 출전한 지 62년 만에 처음으로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그것도 육상의 100m 경기에 해당한다는 500m에서 말이다. 얼음판의 세계 최고 스프린터 자리에 오른 것이다. 여기에다 스물두 살의 이승훈은 5000m 경기에서 아시아 선수로는 사상 최초로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키가 1m80㎝도 못 되는 우리 선수들이 체격 조건이 훨씬 좋은 서양 선수들을 압도했다. 이미 금메달 한 개를 따내며 전통적인 강세를 확인한 쇼트트랙 종목에 더해, 장·단거리 스피드스케이팅도 세계적인 수준에 올랐다는 점이 확인됐다. 더 이상 극복하지 못할 장벽이 없고, 넘보지 못할 영역도 없다는 듯이 한국 젊은이들이 밴쿠버에서 포효하고 있다.

모태범·이승훈 선수의 장한 모습은 비슷한 또래 김연아·박태환 선수의 활약과 오버랩된다. 박태환은 재작년 여름올림픽 수영에서 처음 우승하는 파천황(破天荒)을 이룩했다. ‘피겨 여왕’ 김연아가 이번 밴쿠버 올림픽에서 어떤 연기를 펼칠지 전 세계가 숨죽이며 기다리고 있다. 한국은 4년 전 토리노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6개나 차지하며 선전했지만, 모두 쇼트트랙 한 종목에서 쏟아진 금메달이었다. 우리보다 종합 순위에서 처진 중국은 스키에서, 일본은 피겨스케이팅에서 각각 금메달을 기록했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겨울올림픽에서 우리가 얻은 2개의 금메달도 쇼트트랙이었다. 대회 직전까지 확실한 금메달 감으로 꼽히지 못했던 모태범과 이승훈의 쾌거는 한국의 올림픽 주력 종목이 점차 다변화(多邊化)하고 있다는 희망과 기대를 현실로 만들었다.

자신의 생일날 우승을 거둔 후 기자회견에서 “내가 나에게 생애 최고의 생일 선물을 했다”며 구김살 없이 웃던 모태범 선수의 발랄한 모습에서 이 나라의 밝은 미래를 읽는다. 마침 밴쿠버에서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가 출전 선수들 못지않게 치열한 막후 활동을 벌이는 중이다. 대한민국이 명실상부한 겨울올림픽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올림픽 유치전에서도 반드시 성공을 거두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