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JP에 타진설] 떠오른 합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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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원한다. 그러나 수면 위에서 추진할 성격이 아니다."

20일 민주당-자민련 합당 추진문제에 대한 여권 고위 관계자의 반응이다. 합당 구상의 출발은 정국 주도권 상실문제다.

청와대와 민주당 등 여권은 검찰 수뇌부 탄핵소추안, 정현준 게이트의 KKK관련 의혹, 한빛은행 사건을 거치면서 소수여당(민주 1백19석)의 한계를 절감해왔다.

이 관계자는 "국회에서 '수 우위' 를 앞세운 한나라당(1백33석)의 공세를 막지 못했기 때문에 국정표류가 심화됐다" 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 김중권(金重權)대표체제가 목표로 삼는 국정쇄신에 추진력 확보가 국회상황에 혼선이 오면 헝클어질 수밖에 없다" 고 지적했다.

그만큼 의석 수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다. 국회 과반수는 1백37석.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자민련(17석)과의 합당에다 민국당.한국신당을 묶는 방안을 여권에서 검토해왔다.

이를 추진하기 위해 여권이 다듬는 시나리오는 ▶집권 후반기의 안정적인 국정관리를 위해 공동 정권 출범정신으로의 복귀▶ '신여권 창출론' 이다.

여권과 김종필(金鍾泌.JP)자민련 명예총재 사이에 '밀사' 가 오가며 '신여권 창출론' 에 대한 논의를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 과정에서 JP에게 신여권의 당 총재를 맡기고, 일정수준의 인사권을 보장해준다는 제안도 덧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한 JP의 반응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JP는 공동정권 출범정신 복귀의 출발점을 내각제 문제로 잡고 있다" 고 그의 측근이 전했다. 따라서 신여권 창출문제는 개헌문제와 연결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청와대와 민주당은 합당문제를 공론화하지 않고 있다. 여권의 또 다른 관계자는 "합당문제는 노출되면 그 순간 어려워진다. 그런 속성 탓에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JP의 결단에 속하는 사안" 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정치권에선 DJP회동에 관심을 쏟고 있다.

무엇보다 합당문제가 엉뚱한 파문을 일으키면 金대통령의 국정쇄신 구상을 헝클어놓을 수 있다는 고민이 있다.

특히 JP의 당 장악력이 떨어져 자민련의 의견통일도 쉽지 않다. 김종호(金宗鎬) 총재대행이 주재한 자민련 당무회의는 이날 "합당은 말도 안된다" 고 일축했다. 거꾸로 자민련 의원이 합당 대열에서 이탈할 경우 한나라당에만 유리하다는 걱정도 한다. 한나라당은 4명만 추가하면 과반수다.

이에 따라 여권은 우선 분위기 조성에 주력할 방침이다. 민주당 김중권 대표는 "합당은 충분한 논의를 거쳐 공감대가 형성돼야 할 수 있는 일" 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민주당이 자민련의 교섭단체(국회법 개정안)만들기에 나서는 것은 합당의 불가피성을 인식시키려는 측면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한나라당이 반대해 국회법 개정안 처리가 불가능해지면 자민련 내부에도 합당 이외엔 대안이 없다는 공감대가 마련될 것" 이라고 주장했다.

김진국.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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